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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27명 50일 만에 송환 … 북한 무효화했던 NLL, 경계선으로 작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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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안대 쓴 북한 주민들 지난달 5일 표류해 온 북한 주민 31명 중 귀순자 4명을 제외한 27명이 27일 오전 인천항에서 안대를 쓰고 우리 해군함정에 승선하고 있다. 안대를 씌운 이유는 군사시설 보안을 위해서다. 이들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상에서 북한 측에 인계됐다. [인천=연합뉴스]


정부가 27일 북한 주민 27명을 서해상을 통해 송환하는 과정에서 북방한계선(NLL)이 남북 간 해상 경계선으로 작동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우리 해경정은 이날 낮 12시55분쯤 연평도 인근 NLL 선상에서 주민들을 5t급 목선에 옮겨 태워 북으로 보냈고, 북한 해군 경비정 한 척은 NLL 북측 해역에 대기하다 주민들을 받아들였다. 지난달 5일 이 목선의 기관 고장과 짙은 안개로 남측으로 떠내려온 북한 주민 31명(남자 11명, 여자 20명) 중 귀순을 희망한 4명을 제외한 전원은 50일 만에 북한으로 돌아갔다.

 정부 당국자는 “북측이 선박과 주민을 넘겨받은 지점은 NLL 선상 좌표인 북위 37도41분25초, 동경 125도36분57초로 이는 북한이 남북 간 해상 경계선이 NLL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북측은 판문점을 통한 송환 협의 과정에서 남측이 제시한 NLL 선상 좌표에 대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자는 “2008년 2월 고무보트 2척에 나눠 타고 남측으로 내려온 북한 주민 22명은 하루 만에 판문점을 통해 전원 북송됐다”며 “북한이 이번에 이례적으로 해상 송환을 고집하다 NLL이 남북 해상 경계선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태도를 드러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연평도 포격 등을 통해 NLL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고, 세 차례의 서해교전 등 군사도발을 통해 NLL 일대를 분쟁수역화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북한은 1999년 9월 NLL의 무효를 주장하면서 이른바 ‘조선 서해 해상 군사분계선’을 일방적으로 선포했다. NLL보다 훨씬 남쪽으로 그은 북한의 ‘해상 분계선’은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해 5도를 자신들의 해상 경계선 안에 넣고 있다. 섬 주민들은 좁은 수로를 통해서만 남쪽으로 내려올 수 있게 돼 있다.

 그러나 59년 11월 발간된 북한의 조선중앙연감은 NLL을 해상 군사분계선으로 설정한 지도를 담고 있다. 북한은 관영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나 발간물을 ‘공화국의 공식 입장’이라고 강조한다. 84년 9~10월 사이의 대남 수해물자 제공 때도 군함으로 구성된 남북한의 호송선단이 NLL 선상에서 만나 인계인수를 했다. 92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 불가침 부속합의서 10조는 “해상 불가침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해상 불가침 구역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해온 구역으로 한다”고 규정해 NLL의 효력을 인정했다.  

이영종 기자

◆북방한계선(Northern Limit Line)=6·25 종전 직후인 53년 8월 30일 유엔 측이 우리 함정·항공기의 초계활동에서 한계선을 그을 목적으로 설정한 해상 경계선. 북한은 73년 10월 서해상 남북 충돌 직후 열린 군사정전위에서 처음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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