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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한국의 샤넬, 한국의 네슬레 키우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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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최지영
경제부문 기자

‘미·식·통(美·食·通) 산업이 세계로 간다’ 시리즈(본지 3월 22일자 E1~E3면, 23일자 E2~E3면, 25일자 E2~E3면)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교역 1조 달러 신수출 시대를 열려면 내수산업으로 여겨졌던 ‘미(패션·화장품) 산업’ ‘식(식음료·외식) 산업’, 그리고 유통산업이 해외로 나가야 한다는 본지의 지적에 대해 한 트위터(@golfwatennis)는 “참 좋은 기회 잘 살려 우리와 국익에 도움이 되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트위터(@happysoeun)는 이미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활약상 소식에 대해 “오랜만에 기분 좋아지는 뉴스”라고 리트윗(RT)했다.

 미식통 기업이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겪는 어려움은 상상을 초월한다. 현지의 복잡한 제도와 관습, 열악한 물류에 발목이 잡히기 일쑤다. 간신히 시장을 파고들면 이미 미·식·통 산업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서구 업체들과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한다. 현지에 정통한 전문인력을 놓고 다국적기업과 벌이는 스카우트 전쟁이 단적인 사례다. 내수 산업인 미·식·통 분야에서 자국 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신흥국 정부의 견제도 극복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각국 정부의 감시 눈길이 외국 업체들엔 훨씬 날카롭기 때문에 품질·가격과 관련해 더욱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어떤 업체가 믿을 만한 협력 업체인지, 매장을 낼 때 어떤 건물주가 믿을 수 있는지 등 검증된 현지 정보가 없다는 것이 가장 속이 탄다”고 말한다. 진출 국가마다 다양한 이유로 식품 관련 규제 내용을 수시로 바꾸는데 관련 정보가 태부족인 것도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류를 업고 중국 시장을 활발히 공략하고 있는 화장품도 중국 정부의 까다로운 통관 절차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

 이미 미·식·통 기업들은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뛰고 있다. 이젠 정부가 체계적인 도움을 줘야 할 때다. 안양대 무역유통학과 김동환 교수는 “한국의 샤넬, 한국의 네슬레, 한국의 월마트를 만들려면 정부가 그동안 제조업에 대해 기울였던 것 이상의 관심을 미·식·통 산업에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영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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