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울그락불그락’ 변하지 마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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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그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달아올랐다. 목엔 핏대가 서고 심장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 벌렁거렸다.” 남자의 상태를 묘사한 부분에서 맞춤법에 어긋나는 표현을 찾는다면?

 성나거나 감정이 북받쳐 안색이 변할 때 ‘울그락불그락’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지만 표준어가 아니다.

 ‘울그락불그락’은 짙고 옅은 여러 가지 빛깔이 야단스럽게 뒤섞여 있는 모양을 가리키는 ‘울긋불긋’에 뜻이 상대되는 두 동작이나 상태가 번갈아 되풀이됨을 나타내는 연결어미 ‘-(으)락’을 잘못 결합해 쓰는 것으로 추정된다. 간혹 ‘욹으락붉으락’이라고 하는 이도 있지만 성립될 수 없는 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엔 화가 나거나 흥분해 얼굴빛이 달라질 때 사용하는 말로 ‘울그락불그락’은 올라 있지 않고 ‘붉으락푸르락’ ‘누르락붉으락’ ‘푸르락누르락’ 등만 실려 있다.

 ‘붉으락푸르락’은 얼굴색이 붉게 또는 푸르게 변하는 모양, ‘누르락붉으락’은 누르렀다 붉었다 하는 모양, ‘푸르락누르락’은 푸르렀다 누르렀다 하는 모양을 나타낸다. 붉다·푸르다·누르다의 어간 ‘붉-’ ‘푸르-’ ‘누르-’에 각각 ‘-(으)락’이 결합해 ‘-(으)락-(으)락’의 구성으로 쓰인 것이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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