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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영화 〈러브레터〉 50만 돌파

중앙일보

입력

'오 겐키 데스카' (잘 지내나요?) '와타시와 겐키 데스' (저는 잘 지내요).

일본영화 '러브레터' (이와이 순지 감독)가 지난달 20일 개봉된 이후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어처럼 번진 말이다. 여자 주인공이 들판에 서서 등반사고로 숨진 애인이 묻혀 있는 산을 향해 인삿말을 반복해 소리치는 이 대목은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죽은 연인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과 그를 마음에서 떠나보내는 이별의 의식은 하얀 눈으로 뒤덮인 겨울 들판, 그리고 대답을 듣지 못하고 혼자서 묻고 답하는 이 장면에 절제돼 그려져 있다.

〈러브레터〉 가 19일 관객 50만명(서울 기준)을 넘어섰다. 이로써 이 영화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대단위 관객동원에 성공한 첫 일본영화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한 주일 앞서 개봉된 한국영화〈텔 미 썸딩〉과 보이지 않는 경쟁을 벌이기도 했던 이 영화는 절대적인 흥행성적에서는 〈텔 미 썸딩〉' (70만명)에 뒤졌지만 개봉관 숫자가 적었던 까닭에 평일 좌석 점유율(56%)에선 오히려 앞섰다. 일찍이 불법 비디오로 유통돼 인기를 모았다는 사실 때문에 극장 개봉에 대해 우려도 없지 않았으나 관객들의 호응으로 이는 결국 '기우' 로 드러난 셈이다.

〈러브레터〉 의 힘은 어디에 있었을까. 먼저 사랑과 우정.추억을 소재로 애틋함과 유머를 함께 살린 감성이 큰 호소력을 발휘했다는 분석이다.

이 영화는 사춘기 시절 학교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특징. 문화적인 배경이 닮은데서 오는 공감대도 컸다.
상상력을 가미한 줄거리에다 단아하고 깔끔한 CF같은 영상, 잔잔한 울림을 더한 음악도 젊은 관객들을 매료시킨 요소로 꼽힌다.

극장 관계자들은 '계절의 힘' 을 지적하기도 한다. 겨울에는 잔잔하고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먹히는데 이 영화가 바로 그런 요소를 갖췄다는 것.

또한 20~30代 관객에 어필한데다 최근 중.고생들이 볼 수 있는 유일한 영화였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같은 시기에 개봉된 한국영화 〈주유소 습격사건〉과〈텔 미 썸딩〉은 폭력성 때문에 '18세 미만 관람불가' 등급을 받아 10대들은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었다. 기말고사를 마친 중.고생들의 단체관람이 자연스레 이 영화에 집중됐다.

그러나 〈러브레터〉의 성공이 향후 개봉을 앞둔 일본영화들의 미래에 청신호가 될지는 미지수다.

튜브 엔터테인먼트 대표 김승범씨는 "〈러브레터〉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룬데다 사전 인지도가 높아 흥행에 힘을 얻었다" 면서 "앞으로 개봉될 일본영화들엔 타깃 연령층이 상대적으로 높은게 많아 이같은 인기를 누릴 지 불투명한 상황" 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일본영화는 〈러브레터〉를 통해 우리에게 더 가까이 왔다. 관객들에게는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제작자들에겐 한국영화를 되돌아 보는 계기도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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