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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한 통 없는데 활성화 방안이라니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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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종선기자]

3ㆍ22 주택거래 활성화 방안이 나온 이튿날 부동산 시장의 반응은 심드렁했다. 거래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서울 서초동 오현숙 공인중개사는 "대책 발표에도 문의 전화 한 통 없었고 주변 중개업소도 마찬가지"라며 "수요자들이 바라는 방향과 다른, 대출 규제를 푼 듯 만듯한 대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금융건전성 제고와 주택시장 활성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정책 조합"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런 의지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심드렁한 얘기가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번 방안의 핵심인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의 부활로 주택 구입자금 조달여력과 매수 심리가 함께 악화됐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DTI 규제 이후 대출액 2000만~3000만원이 모자라 집 매입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DTI는 주택 구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인 만큼 이번 규제 부활로 주택 거래가 더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DTI규제 환원의 보완책으로 내놓은 세가지 카드, 즉 고정금리ㆍ비거치식(대출 즉시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는 방식)ㆍ분할상환대출에 대한 DTI비율 상향 조정(세가지 카드를 모두 쓸 경우 최대 15%포인트 확대)방안을 다시 살펴봤다.

이 조건은 실수요자들의 자금조달 여력을 높여주겠다는 취지에서 나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실수요자들이 이런 방식으로 대출을 받는 경우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고 금융회사 관계자들은 전한다.

비거치식ㆍ고정금리 선택 많지 않을 듯


금융위원회 정은보 금융정책국장은 “지난해의 경우 전체 주택담보대출 금액의 2% 정도가 비거치식ㆍ고정금리ㆍ분할상환의 대출이었다”고 말했다. 수요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새로운 내용도 아니다. 이미 고정금리와 분할상환 대출에 대해 각 5%포인트씩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시행해왔다. 이번에 비거치식(5%포인트)만 추가한 것에 불과하다.

고정금리는 변동금리보다 이자가 연 1% 가량 높다. 때문에 지난해의 경우 전체 대출자의 91%가 변동금리를 선택했다.

또 비거치식으로 빌릴 경우 수요자들의 자금 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예컨대 2억원을 연리 6%에 빌리고 5년 거치기간을 둘 경우 5년간은 매월 100만원 가량의 이자만 내면 되는데, 비거치식으로 하면 첫 달부터 180만원 가량을 부담해야 한다.

신한은행 김상훈 부동산팀장은 “자금사정이 빠듯한 실수요자일수록 비거치식을 택하기가 더 어렵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번에 발표한 보완책이 DTI규제 환원에 따른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한 ‘립서비스’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용산ㆍ강동ㆍ광진구와 양천구 목동 등 중고가 주택이 몰려 있는 곳의 중개업소들은 벌써 긴장하고 있다. 대출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아야 집을 살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양

천구 목동 김현승 공인중개사는 “2009년 정부가 DTI규제를 서울 강남권(강남ㆍ서초ㆍ송파구)에서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한 뒤 목동의 주택 매수세가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이번에도 이들 지역은 DTI규제를 한시적으로 피했다 다시 적용받기 때문에 2009년 9월과 같은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 판매에도 일단 빨간불이 켜졌다.

현대건설 마케팅팀 정흥민 부장은 ”중도금 대출 등과 같은 집단대출은 DTI규제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DTI규제로 기존 주택 거래시장이 위축되면 분양시장도 나쁜 영향을 받게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단기 전세 수급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DTI규제 부활은 현 정부의 ‘집값 안정’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집을 매입하는 대신 전세기간을 연장하는 경우가 늘 것이란 얘기다.

단국대 부동산학과 김호철 교수는 “2009년 보금자리주택 공급 등으로 당분간 집값이 오르기 어렵다고 보고 매수수요가 전세수요로 돌아선 게 현 전세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다만 취득세 감면 혜택은 9억원 초과 주택이 많은 서울 강남권의 주택거래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9억원 초과 주택의 취득세 감면 혜택(4%→2%)이 9억원 이하 주택의 감면 혜택(2%→1%)보다 크기 때문이다.

예컨대 10억원짜리 아파트 매입시 1900만원 가량의 세금을 아낄 수 있다. 강남구 도곡동 정수지 공인중개사는“집값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고가주택 수요자들도 당장 내야 하는 세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지난해 말 취득세 일시감면 혜택이 종료된 후 9억원 초과 주택의 거래가 크게 줄었었는데 이번에 다시 혜택을 받게 됐기 때문에 주택 거래가 늘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실제 도곡동 부동산중개업소에는 이날 취득세 감면 시점을 물어보는 전화가 종종 걸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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