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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구호단체 굿네이버스, 아프리카에 첫 기생충 병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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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굿네이버스 친선대사인 탤런트 최수종씨가 지난10일 탄자니아의 ‘NTD 클리닉’ 진료실에서 기생충 감염이 의심되는 아이들에 대한 진찰을 돕고있다. [굿네이버스 제공]

지난 10일 오전(현지시간) 아프리카 탄자니아 북서쪽 므완자 지역의 한 광장. 현지인들의 어색한 발음이었지만 귀에 익은 노랫가락이 들려왔다. “잘살아 보세~ 잘살아 보세~.” 새마을운동을 상징하는 노래였다. 세계 최초의 기생충 전문 병원인 ‘NTD 클리닉’ 개소식에서 현지 주민 10여 명의 축하 공연이 열린 것이다.

이일하(64) 굿네이버스 회장은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이 광경을 지켜봤다. 병원 설립을 주도했던 그의 눈앞엔 지난날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 받았던 한국인들의 모습이 겹쳐졌기 때문이다. 그는 “이곳의 기생충 감염 실태가 우리나라 1960년대의 상황과 비슷하다”며 “대부분의 기생충 감염은 간단한 방법으로 예방되고 치료할 수 있는데 가난 때문에 단 한번의 의료행위도 못 받고 죽어 나간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신학,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한 이 회장은 73년부터 18년간 국제구호단체 등에서 일하다 91년 동료 7명과 함께 굿네이버스를 설립했다. 91년은 한국 정부가 해외 원조를 시작한 시점으로 그는 ‘토종 구호단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만 20년이 지난 지금 ‘인종, 종교, 사상과 지역을 초월해 도움이 필요한 곳은 어디든 달려가겠다’는 목표대로 아프리카 땅에 병원을 열게 된 것이다. 이 회장은 “이 병원은 굿네이버스가 20년간 벌여온 노력의 결실이자 대한민국 원조의 역사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왜 기생충 전문 병원이었을까. 7년 전 한국 최초의 기생충 박사인 임한종(79) 고려대 명예교수가 그를 찾아와 “아프리카에서 기생충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자”고 제의한 것이 계기가 됐다. 하지만 비용이 문제였다. 다행히도 외교통상부의 국제빈곤퇴치 기여금 중 18억여원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2005년부터 본격적인 아프리카 기생충 퇴치사업을 전개해 나갔다.

 굿네이버스가 특히 주목한 곳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빅토리아 호수가 자리잡은 므완자 지역이었다. 정화시설을 갖추지 못해 인분 속 기생충이 호수로 흘러들어가고, 기생충들이 다시 호수 물을 이용하는 사람들 몸으로 들어가 각종 질병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호수 주변에 사는 주민 300만 명 가운데 70%가량이 기생충에 감염돼 있을 정도다. 굿네이버스는 병원을 열기 전 주민들을 상대로 기생충을 검사하고 약을 보급했을 뿐만 아니라 깨끗한 식수 확보를 위해 우물을 파고 정수장치도 설치했다. 굿네이버스의 목표는 주민들의 기생충 감염률을 2012년까지 5% 미만으로 낮춘다는 것이다. 굿네이버스의 친선대사인 탤런트 최수종씨는 “앞으로도 세계 곳곳에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더 많이 위로하고 도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므완자(탄자니아)=강신후 기자

◆굿네이버스(Goodneighbors)=1991년 설립돼 전 세계 24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후원자 가 현재 30만 명을 넘어섰고, 후원금도 연간 600억원에 이른다. 2007년 유엔이 주는 새천년개발목표상(MDGs Award)을 받았다. 후원 문의 1599-0300/www.gn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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