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패-사지 탈출의 비상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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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본선 8강전>
○·왕레이 6단 ●·허영호 8단

제11보(104~121)=흑은 사지(死地)에 빠졌다. 철벽 속에서 삶을 도모하기란 힘든 일이다. 그러나 철벽에도 미세한 틈은 있다. 그 틈을 전력을 다해 찾아야 한다. 틈을 찌를 때는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신속·정확해야 한다. 그 점에서 허영호 8단이 던진 흑▲와 흑●의 콤비 블로는 유력했다. 특히 흑▲는 계속 적진 속의 가시로 작용했다.

 104는 정수. ‘참고도 1’ 백1처럼 밑으로 젖히는 것이 안형을 없애는 데는 가장 강력한 수법이지만 흑 2, 4로 올 때 응수가 어려워진다. 흑은 자체 삶과 동시에 A의 연결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105로 젖히고 107의 호구. 정상적으로는 살 수 없을 때 유일한 비상구가 ‘패’다. 패를 만들기 위해선 ‘호구’의 탄력이 필요하다. 110으로 몰 때 111의 패.

 110 대신 ‘참고도 2’ 백1은 어떨까. 이 급소 한 방으로 사는 궁도는 나오지 않는다. 문제는 2로 붙이는 수. 이 수가 B의 절단과 C의 넘기를 동시에 보고 있어 백의 응수가 곤란하다. 백이 만약 귀의 한 점을 내줘야 한다면 나머지 흑을 다 잡아도 바둑을 이길 수 없다.

 112부터 결국 패싸움이 시작됐다. 사지에 빠진 백이 삶의 희미한 꼬투리를 잡았다(115·118·121=패때림).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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