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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007과 장난감의 한판 승부

중앙일보

입력

12월 셋째 주에 개봉하는 영화중에는 겨울 극장가의 흥행을 좌우할만한 영화 두 편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19번째 007 영화 〈007 언리미티드〉와 디지틀로만 창조된 피사체들이 주인공인 영화 〈토이 스토리 2〉가 그것입니다. 두 영화 모두 이미 극장만 25개, 24개를 잡아 놓고 있지요. 극장들이 이만큼 기대한다는 것은 그만큼 관객들의 피드백이 기대된다는 것이겠습니다.

전통적으로 제임스 본드는 그 자신이 '거느리고' 다니는 여자들에다가 액션과 아이들의 눈길도 끌 수 있는 신무기로, 최소한 관객들에게 영화표를 구매한 값만큼의 만족도를 꾸준히 선사해 왔습니다.

이에 비해 시리즈 상으로 비교하자면 기껏해야 2편밖에 안되지만, 〈토이 스토리〉는 이번 속편에서는 전편보다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극의 완성도나 유머, 캐릭터와 상황 구성, 그리고 기술적인 부분과 주제 면에서 이번 속편은 전편을 뛰어 넘고 있습니다.

북미 박스 오피스에서는 두 작품이 한 주 차이를 두고 개봉되긴 했지만, 〈토이 스토리 2〉가 3주 동안 수위를 점하고 있고, 007은 순위가 떨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보면 이 지역에서는 〈토이 스토리 2〉가 판정승을 거둔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에서는 어떨까요?

〈007 언리미티드〉

이번 19번째 007에 대해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역대 최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피어스 브로스넌이 007을 맡은 세 작품 중에서도 최고이고 역대 007 전작을 통틀어서도 가장 잘 만들어진 작품임에 분명합니다.

물론 이것은 감독의 개인적 능력이라기보다는 제작사와 제작자의 축적된 노하우, 그리고 탁월한 기획력(007이라는 상품을 어떻게 최대한 효율적으로 팔아먹을 수 있을지에 관한)에 그 공을 돌려야 하겠습니다.

한동안 지지부진하던 007 시리즈를 세인들의 관심에 다시 돌려 세운 일등공신 피어스 브로스넌은 이번에도 변함없이 특유의 능글능글하면서도 냉철, 현명하고 정의에 투철한 제임스 본드 역을 잘 해내고 있습니다. 그는 매우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007 언리미티드〉의 액션 배경이 되는 장소는 더 광활해졌습니다. 설원으로 덮인 산과 템즈 강을 무대로 한 추격씬들은 전작에 비해 더 큰 액션과 스케일을 요구하는 배경이 되고 있지요.

아울러 소피 마르소와 로버트 칼라일의 캐스팅은 어느 정도 성공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로버트 칼라일의 캐스팅은 이 시리즈에 관심이 없을 수도 있는 일반적인 영화 매니아 층을 겨냥한 것이라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흔히 이런 블록버스터 류의 액션 영화가 개성파, 연기파로 분류되는 배우를 캐스팅하는 경우는 대개 그러한 관객층을 겨냥한 것이지요. 어쨌든 소피 마르소는 충분히 자신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로버트 칼라일 역시 새로운 이미지를 설득력있게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무엇보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야기 구조입니다. 이것은 기존 피어스 브로스넌이 007을 맡은 〈골든 아이〉나 〈네버 다이〉에 비해 눈에 띄게 달라진 부분입니다. 이전 작품들에 비해 더 짜임새를 갖추고 있지요.

등장인물 간에 약간의 복선도 있고, 무엇보다 007 영화의 이야기는 본드의 액션이나 연애 편력을 자연스럽게 하기 위한 일종의 보조장치 같은 느낌인데, 이번에는 소피 마르소와 로버트 칼라일 두 캐릭터 덕분에 독립적인 이야기 구조를 좀 더 갖추고 있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토이 스토리 2〉

우선 〈스크림 2〉의 한 장면을 떠올려 보지요. 〈스크림〉1편에서 비디오 가게 점원이었던 랜디가 대학생이 되어 영화 수업 도중에 뛰어난 속편에 대해 토론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지만 기껏해야 그들이 기억하는 전편보다 뛰어난 속편은 〈대부 2〉와 〈터미네이터 2〉입니다(〈에이리언 2〉도 거론되지만, 그에 대해서는 "보는 이에 따라서"라는 단서가 붙지요). 〈토이 스토리 2〉는 바로 이런 영화학도들의 수업시간에 열거할 수 있는 뛰어난 속편 목록에 추가하게 될 작품입니다.

일단 1편에 이어 두 번째 속편이 나오기까지 걸린 4년이, 놀고 보낸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영화는 여실히 보여 줍니다. 기술적으로 전편에서 앤디(이 영화의 사람 주인공)도 장난감 주인공들과 동일한 질감을 제공했던 데 비해, 이번 속편에서는 인간 캐릭터에 대한 묘사가 발전되었습니다.

특히 장난감 수집가인 알과 우디의 망가진 팔을 수리해 주는 클리너 캐릭터를 보면 이전 작품에 비해 발전된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거기에 스토리도 좀 더 아기자기하고 풍부화 되었지요.

전편에서 갈등이 버즈와 우디 간에 존재했다면, 이번에는 우디와 장난감 광부 프로스펙터, 카우걸 제시 사이의 갈등에, 버즈와 우주대왕 Z 사이의 갈등이 부차적으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물론 가장 큰 것은 장난감 수집가인 알과 그가 납치해 간 우디를 구하려는 앤디 소유의 장난감들 사이의 갈등이 가장 큰 것이겠지요.

이렇듯 갈등이 복잡해지다 보니, 영화의 공간적 배경도 확대됩니다. 알의 장난감 가게, 그리고 그의 집으로 가는 여정은 그야말로 장난감들의 신세계 탐험과도 같습니다. 이런 모험적인 요소는 전편의 공간적 배경이 단순하다고 느꼈던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흥미로 작용할 것입니다. 더구나 그 여정이 자동차 추격씬을 거쳐, 공항까지 간다면 말이지요.

캐릭터의 성격도 좀 더 틀을 갖추었습니다. 허리가 스프링으로 된 슬링키, 미스터 포테이토는 물론 전편에 약간 미진했던 돼지 저금통 햄과 공룡 렉스까지. 특히 햄과 렉스는 이번 우디 구출작전에서 영화를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캐릭터들입니다.

여기에 알 집에 있었던 카우보이 우디 시리즈의 다른 주인공들, 카우걸 제시와 망아지 불스아이, 광부 프로스펙터도 성격이 뚜렷합니다. 압권은 신형 버즈(그렇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우주의 용사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1편의 버즈처럼)와 우주대왕 Z지요.

이번에 우디가 고민하는 주제는 1편처럼 "다른 장난감이 나타나 주인의 애정을 가져가지 않을까"와는 달리 "나를 사랑해주던 주인이 과연 자신이 성장해서도(변하면) 나를 사랑해 줄까"라는 문제입니다.

이것은 얼핏 다분히 장난감적인 사고방식으로 보이지만, 조직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특히 언제든지 조직으로부터 버림받을 수 있는 사회 조건이 된 이 마당에 또다른 우화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장난감 영화를 두고 너무 심각하게 고민한다구요? 글쎄요, 이것 때문에 〈토이 스토리 2〉는 1편에 비해 더 평가받을 가치가 생긴 것으로 보이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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