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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호랑이로 통일 기약-백남준 밀레니엄 비디오 공개

중앙일보

입력

얼어붙은 땅 DMZ(비무장지대) 에서 남과 북이 하나가 되고 동양과 서양이 얼싸안는다. 수많은 전쟁과 분단을 겪으면서도 끈질긴 생명력으로 버텨온 한민족이 새 천년에도 불굴의 기상을 떨칠 것을 기원한다.

오는 12월 31일 판문점 근교 임진각에서 전세계로 생중계되는 새천년맞이 행사 'DMZ 2000-새천년 통일 기원제' 의 백미를 이룰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호랑이는 살아있다' 가 담고 있는 메시지다.

DMZ 2000 추진위원회(위원장 신수연) 는 14일 기자회견을 갖고 백씨가 행사에 앞서 뉴욕에서 촬영해 보낸 비디오 테이프와 작품 드로잉을 공개했다.

2000년 1월 1일 0시 정각 평화의 종이 21번 울리는 가운데 세계 초연되는 '호랑이는…' 는 각각 동.서양을 상징하는 월금(당나라 비파) 과 첼로 모양을 한 8m 높이의 TV 모니터 조각. 모니터를 통해 방영되는 14분 가량의 내용에는 한민족을 대표하는 동물인 호랑이의 위용 있는 자태, 붓으로 '호랑이' 라는 글자를 되풀이해 쓰는 백씨의 퍼포먼스 등이 담겨 있다.

특히 북한에서 제작한 백두산 호랑이와 아프리카 사자가 싸우는 내용의 다큐멘터리물을 특유의 슬로 모션과 정지화면.빠른 화면으로 처리한 부분이 삽입되는데, 이 비디오물이 이번 작품 구상에 단서를 제공했다는 게 이용우 미술감독의 설명이다.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는 홍보물에서 냉전의 비애를 포착, 예술적으로 가공해 낸 솜씨가 백남준답다.

또 그의 애창곡 '금강에 살어리랏다' 를 성악가 트레이시 비티엘로가 괴성을 지르는 가운데 백씨가 부르는 장면, 그리고 백씨가 이 곡을 키보드로 연주하는 장면도 나온다.

중풍으로 반신불수인 그가 맨해튼 한가운데 휠체어에 앉아 퍼포먼스하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는 한편으로 가슴을 찡하게 한다.

그는 "DMZ를 단지 차가운 지역이 아니라 흥겨움이 존재하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 며 실제 20대 남녀를 출연시켜 작품 앞에서 신나게 춤추도록 할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현실적 어려움으로 좌초됐지만 그 대신 작품에 비슷한 장면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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