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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 도전 현장-유럽] 필립 파리 정치대교수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필립 모로 드파르주(56)교수는 정치분야에서 프랑스 최고 권위의 그랑데콜인 파리 정치대학에서 국제관계학을 가르치고 있다.

유럽통합이 전공이며 EU의 복잡한 기구.조직 분야의 최고 권위자다.
프랑스 외무부 자문역과 국제관계연구소(IFRI)특임연구원을 겸하고 있는 그를 IFRI 연구실에서 만났다.

- 21세기 EU의 회원국 확대 전망은.

"회원국이 늘더라도 유럽의 안전과 번영이 위협받아서는 안된다는 대전제 아래서 '국가별 거르기' 가 실시될 것이다. 현재 12개국, 터키까지 포함하면 13개국이 가입대상인데 이르면 2005년께 선발국가 3~5개국이 가입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후에는 가입대상국의 준비상태와 EU의 수용능력에 따라 속도가 조절될 것이다. "

- 유럽의 경계선은 어디서 멈출 것인가.

"우크라이나.벨로루시.몰도바 등 옛 소련 위성국과 발칸국가, 나아가 러시아까지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유럽통합의 주춧돌을 놓은 샤를 드골의 유럽에 대한 비전은 원래 '브레스트(프랑스 서쪽 끝)에서 블라디보스토크(러시아의 극동항구)까지' 였다. 21세기 중반에 회원국이 35개국까지 늘 것이라는 예측도 있지만 불확실한 요소도 많다. "

- 회원국 확대로 유럽의 정체성 위기가 우려되는데.

"93년 코펜하겐에서 제정된 민주주의.법치주의.인권존중.소수민족보호.시장경제의 5가지 가입기준만 제대로 지켜진다면 문제 없을 것이다. "

- 21세기 중 유럽합중국의 탄생은 가능할 것으로 보는가.

"유럽은 이미 단일시장과 통화, 법체계와 공동기구, 유럽시민권 등을 갖춘 준합중국이다. 다만 정치권력이 없고 대외 정체성이 취약하기 때문에 미국같은 실제 합중국이 못될 뿐이다. 기구개편 논의와 더불어 통합의 최종 형태에 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다. "

- 21세기 국제질서에서 유럽의 위상에 대한 전망은.

"미국과 유럽이 역할분담을 해야 한다. 미국은 유럽의 역할증대를 요구하면서도 나토를 통한 지배권은 놓지 않으려 한다. 앞으로 유럽안보에서 유럽의 역할이 커지면서 의사결정권도 공유하는 방향으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

- 21세기 유럽의 비전은.

"열린 유럽과 닫힌 유럽의 두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전자는 순탄한 통합과 확대가 진행되는 경우다. 후자는 15~20개국으로 회원국을 제한하고 외부에 대해 담장을 높이 치는 것이다.
세계경제가 현재와 같은 역동적 성장을 계속해 나간다면 전자의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가질 걸로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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