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 폐허된 일본에 한국형 이동주택 … ‘희망’ 지으러 갑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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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비타트가 2006년 여름 수해를 입은 강원도 지역에 전달하기 위해 임시 ‘이동주택’을 지어 나르는 모습. 한국해비타트는 일본해비타트에 이동주택 노하우를 전달하기로 했다. [한국해비타트 제공]

한국해비타트 서경표 상임 대표.

무주택 저소득층 집 짓기 운동을 펼쳐온 한국해비타트가 일본 대지진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일본인들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한국해비타트 서경표(59) 상임대표는 17일 “2006년 강원도 수해 당시 제작했던 임시 이동주택의 모든 제작 노하우를 일본에 전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해비타트는 2006년 여름 홍수로 집을 잃은 강원도 인제·평창 지역의 피해 가정에 18㎡ 규모의 임시 이동주택 50채를 지어 보낸 경험이 있다. 이 주택은 철재로 된 바닥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목재로 만들어진 집이다.

 서 대표는 “현지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자재와 기술, 설계 노하우를 전폭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일본해비타트는 임시 이동주택 제작 지원을 요청하는 e-메일을 한국해비타트에 보내왔다. 일본해비타트는 그간 해외 원정 활동에 주력해왔다. 그런데 이번 대지진으로 수많은 사람이 집을 잃자 처음으로 일본 내 가정을 대상으로 임시주택 마련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한국해비타트는 2006년 당시 이동주택 제작 과정을 촬영한 동영상부터 e-메일을 통해 전송했다.

 서 대표는 또 “지금 상황에선 무너진 집의 잔해를 치우는 일이 제일 급선무”라며 “일본에서 잔해 치우기와 집 짓기 봉사에 참여할 자원봉사자 모집을 곧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해비타트 아시아·태평양 소속 직원 2명이 일본에 급파돼 현장을 답사하고 집 짓기에 필요한 현지 법규를 파악하는 등 구체적인 활동 계획을 짜고 있다.

 한국해비타트는 집 짓기를 위한 모금활동에도 들어갔다.

먼저 17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SKT와 함께 문자 모금 캠페인을 벌인다. 수신번호에 *5004를 넣고 응원 문자를 보내면 한 통에 1000원씩 기부된다.

또 24일부터 28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리는 2011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 참여해 일본 이재민 돕기 모금함을 설치하고 홍보 부스도 운영할 예정이다. 서 대표는 “삶의 희망이 출발하는 곳이 집”이라며 “쓰나미로 집을 잃고 실의에 빠진 일본인들에게 집을 지어준다면 다시 희망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해비타트인터내셔널은 지난해 1월 강진으로 수십만 명이 숨진 아이티에서 집 5만 채를 지을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해비타트도 여기에 20만 달러(약 2억3000만원)를 보탰다.

송지혜 기자

◆해비타트(habitat) 운동=1976년 ‘모든 사람은 안락한 거처에서 살 권리가 있다’는 선언과 함께 시작됐다. 이 운동은 현재 전 세계 100여개 국가로 확대됐다. 한국해비타트는 1992년 활동을 시작해 국내외 저소득층에 대한 주택 보급 및 재난 현장 집 짓기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한국에서만 매년 5만 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가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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