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왕레이, 끝없는 사석전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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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본선 8강전>
○·왕레이 6단 ●·허영호 8단

제9보(84~91)=최철한 9단은 인터뷰에서 “왜 돌을 버리지 않는가. 왜 힘든 전투를 하는가”란 질문에 “스릴을 즐긴다”고 말했다. 바둑 10결에 ‘위기를 만나면 마땅히 버리라’ 했고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취하라’ 했다. 하나 최철한은 “위험한 돌을 살리면 상대는 잡으러 오게 된다. 그때를 기다려 전투를 개시하고 반격의 기회를 잡아나간다”고 말한다. 기풍이란 묘하다. 사람의 성격이 운명을 지배하듯 기풍은 바둑판의 운명을 좌우한다.

 이 판의 왕레이 6단은 정반대로 사석(捨石)전법을 매우 즐기고 있다. 초반 우상에서 석 점을 버리며 싸바르더니 중앙에서도 넉 점을 흔쾌히 버렸다. 이번에도 어떻게 위기를 벗어나나 궁금했는데 답은 ‘사석전법’이었다. 84, 하나 찔러두고 86으로 지키는 버리기 작전. 이때 흑이 ‘참고도 1’ 흑1로 덥석 두 점을 잡는 것은 백2, 4로 순식간에 망하고 만다. 허영호 8단의 87이 올바른 응수. ‘참고도 2’ 백1로 욕심을 부리는 것은 8의 축이 성립해 안 된다. 결국 백은 88로 좌변을 막았고 흑은 91로 두 점을 잡아 교묘한 절충이 이뤄졌다.

 손익계산은 어떨까. 흑이 약간 좋지만 백도 만만치 않은 형세라고 한다. 돌을 버린다는 것은 이처럼 위력이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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