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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의 내 맘대로 베스트 7] 한국의 다작 영화감독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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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3면

임권택 감독의 연출작이 드디어 100편을 넘어섰다. 숫자가 감독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건 아니지만, 한 명의 감독이 현장에서 견뎠던 세월의 중량감은 무시할 수 없다. 가장 많은 영화를 만든 한국의 영화감독들을 만난다.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의 기록을 기준으로 했기에, 100편 이상 만든 걸로 알려진 남기남 감독은 62편으로 아쉽게 8위에 머물렀다. 9위는 59편의 이두용 감독, 10위는 57편의 김시현 감독이다.

김형석 영화 칼럼니스트 mycutebird@naver.com

2003년 타계한 김영남 감독. 한국 감독으로는 최고 기록인 110편을 연출했다.


7심우섭(67편)

사진작가 출신인 심우섭 감독의 전공은 서민 코미디다. 특히 구봉서가 주연을 맡은 ‘남자 식모’(1968)의 흥행은 이후 한국영화계에 ‘뒤집힌 성 역할’ 코미디 붐을 가져왔다. 서영춘 주연의 여장 남자 코미디 ‘여자가 더 좋아’(1983)도 그의 작품.

6김기덕(67편)

61년에 ‘5인의 해병’으로 데뷔해 제1회 대종상 시상식에서 신인 감독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 그가 64년에 만든 ‘맨발의 청춘’은 이후 한국 청춘영화를 이끌었다. 60년대의 흥행 감독이었던 그의 또 다른 대표작은 ‘남과 북’(1965). SF인 ‘대괴수 용가리’(1967)도 그가 만들었다.

5신상옥(68편)

남과 북을 아우르는 한국영화의 풍운아, 충무로에 최초로 산업적 시스템을 도입했던 제작자, 당대의 흥행사이자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감독, 모든 장르에 능숙했던 연출자. 해방 이후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거인이었던 그는 감독뿐만 아니라 제작자로도 큰 족적을 남겼다.

4이형표(85편)

지난해 8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이형표 감독은 연출뿐만 아니라 제작·시나리오·촬영·편집 등 영화 제작의 거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던 능력자였다. 첫 작품 ‘서울의 지붕 밑’(1961)은 60년대를 대표하는 서민 희극. 그는 대중의 관심사에 민감했던, 안정적인 흥행력을 보여준 감독이었다.

3임권택(101편)

73년 만든 ‘잡초’ 이전의 50편을 “버리고 싶은 영화”라고 이야기하는 임권택 감독에게, 영화는 예술 이전에 생계였다. 비로소 확고하게 자신의 세계를 펼칠 수 있었던 계기는 40대 중반에 만들었던 ‘만다라’(1981). 이후 20년 동안 그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고, ‘달빛 길어올리기’로 101번째 발자국을 찍었다.

2김수용(109편)

이른바 ‘문예영화’의 장인인 김수용 감독은, 문학성 짙은 수많은 소설을 뛰어난 영상미로 영화화했다. 1년에 10편을 연출할 때도 고른 수준의 작품을 선보였던 건 그의 저력. 60년대에만 67편을 연출했으며, 상업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미학적 실험을 시도했다.

1고영남(110편)

그는 데뷔 초기부터 흥행세를 탔고, 빠른 시간 안에 멜로와 액션의 전문가로 인정받았다. 엄청난 편수는 이 시기에 쏟아진 연출 의뢰에 의한 것. 77년에 자기 반성의 결과인 ‘설국’을 내놓으면서 다작을 벗어난다. 2003년 68세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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