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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외환은 인수 … 외환카드에 발목 잡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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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가 다시 안갯속에 빠졌다. 당초 16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인수 승인이 날 것으로 예상됐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주 “하나금융의 인수가 경쟁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금융위에 통보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이란 변수가 튀어나오면서 안건 상정조차 불확실한 국면에 빠졌다.

 지난 10일 대법원은 외환은행과 외환카드의 합병 당시 ‘허위 감자설’을 유포한 혐의(증권거래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로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기소된 외환은행과 은행 대주주인 LSF-KEB홀딩스SCA(론스타)에 대해서도 고법이 다시 심리토록 했다.

 은행법은 최근 5년간 금융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으면 10%를 초과하는 은행 지분을 보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일 벌금형이 확정될 경우 론스타는 외환은행 주식 51.02% 가운데 10%를 넘는 41.02%를 팔아야 한다. 외환은행 노조의 김보헌 전문위원은 “강제 매각 명령이 내려지면 론스타는 초과 지분을 시장에서 공개매각해야 하고, 이 경우 가격은 크게 낮아질 것”이라며 “금융위가 이번 인수를 승인한다면 론스타의 먹튀를 돕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른 인수 승인과 은행법상의 대주주 자격 요건은 별건이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판사는 “외환은행 인수 후 벌어진 대주주의 형사적인 문제와 정당하게 취득한 재산을 팔고, 이를 행정 관청이 승인하는 문제는 별개의 사안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주가조작 재판과는 관계 없이 인수를 승인해줄 것 같던 금융위가 법원 판결을 이유로 결정을 미룬다면 지나치게 여론을 의식한 결정이란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문제가 있는 대주주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이 법 규정의 취지”라며 “(유죄이건 무죄이건) 이번 인수로 그런 리스크는 없어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융위가 자회사 편입을 불허하거나 확정판결 시까지 결정을 미룬다면 이번 외환은행 매각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 사건이 다시 고등법원을 거쳐 대법원 확정판결로 마무리되려면 2년 넘게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론스타와 하나금융 측 계약에 따라 대금 지급이 3월을 넘기면 하나금융은 329억원의 지연배상금을 물어야 한다. 또 5월 말 이후에는 어느 한쪽이 계약을 일방적으로 깰 수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지연배상금은 거래가 성사됐을 때 지급하는 것이고, 거래가 성사돼 지연배상금 문제가 제기되더라도 귀책 사유는 따져봐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반드시 내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향후 재판에서 론스타의 유죄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종업원이 법률을 위반했을 때 그를 고용한 법인에 자동으로 벌금을 물리는 양벌 규정은 이미 몇 차례 헌법재판소에 위헌 결정을 받았고, 이번 대법원의 판결도 유회원 전 대표가 유죄라는 취지의 파기환송일 뿐이란 이유에서다. 이런 주장에 대해 한 M&A 전문 변호사는 “유 전 대표의 허위 감자설 유포가 개인적 이익이 아니라 회사를 위한 것이었다면 론스타가 무죄판결을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법적인 논란이 거세지면서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건은 16일 금융위 정례회의에 상정 여부조차 불투명해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검토가 끝나지 않아 상정 여부는 15일에나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외환은행은 12일 이사회를 열고 2010 회계연도 배당을 주당 580원으로 확정했다. 배당액이 당초 예상보다 주당 200원 이상 낮게 결정된 것이다. 이에 따라 론스타의 고배당 논란은 다소 잦아들 전망이다. 하지만 계약에 따라 하나금융은 배당금이 주당 850원에 미치지 못해 실제 배당금과의 차액(주당 270원, 총 889억원)을 보전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이사회는 하나금융의 인수를 가정해 윤용로 전 기업은행장, 홍은주 전 iMBC 대표이사 등 10명의 신규 이사 후보를 확정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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