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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김치 필름 페스티벌, 18일부터 23일까지

중앙일보

입력

재외 한국인 감독들의 작품을 모은 영화제가 동숭시네마텍에서 12월 18일부터 23일까지 열린다. 공식 명칭은 "헬로 김치 필름 페스티벌". 해외에서 출생해서 혈연으로 한국인임에는 분명하지만, 쓰는 말이나 생각, 관습등이 본토의 원주민들과 더 가까울 수 밖에 없는 재외한인 2, 3세 감독들의 영화를 모은 자리다.

상영작은 총 22편이며, 이 중 장편은 최양일 감독의 〈돼지의 복수〉, 김우선 감독의 〈윤의 거리〉, 대실 김 감독의 〈침묵의 소리〉 등 세 편이다. 나머지는 모두 중단편. 먼저 시사회를 통해 선보인 작품들을 보면 이번 페스티벌의 작품 경향은 두 가지로 보인다.

즉 일단 영화예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작품들이 있고, 아울러 감독 자신들이 직접 겪었을 법한 다른 나라에 한국인으로 살아가면서 고민하게 되는 정체성을 다룬 작품들이 있다는 것이다.

후자의 경향을 대표하는 작품은 부산에서도 상영된 바 있는 이상일 감독의 〈블루 청〉, 리차드 김의 〈뿌리를 찾아서〉, 써니 리 감독의 〈카우걸〉, 그리고 크리스 유 감독의 〈황색미인〉을 들 수 있다.

〈블루 청〉은 조선인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의 민족적 의식에 대한 문제의식과 그에 따른 성장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카우걸〉과 〈황색미인〉은 미국 내에서 주류(즉 백인 중산층 사회)에 편입하려는 열망을 가진 여자 주인공이라는 비슷한 캐릭터 설정을 하고 있으며, 영화 안에서는 그 주인공의 희망이 얼마나 아이러니한가를 보여 주고 있다.

반면 리처드 김의 〈뿌리를 찾아서〉는 역시 이번 페스티벌에 상영되는 〈쿵, 파우, 치킨〉과 연작이지만 형식이나 스토리면에서 이어지는 점은 없다. 젓가락이라는 소재를 통해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매우 유머러스하게 풀어나가는 점이 흥미롭다.

한편 〈카우걸〉을 만든 써니 리 감독은 〈중국음식〉이라는 또 다른 작품에서, 굳이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로 영화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이런 실례는 "헬로 김치 필름 페스티벌"이 민족과 그에 관련한 정체성의 이야기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는 실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헬로 김치 필름 페스티벌"은 22편(장편 3편 포함)의 상영작 이외에도, 개봉 예정인 민병훈 감독의 〈벌이 날다〉, 현재 〈인터뷰〉를 연출중인 변혁 감독의 96년작 다큐멘터리 두 편 〈브뤼노 뤼당 34세〉와 〈오르송〉, 그리고 문승욱 감독의 98년 다큐멘터리 〈연인〉등 네 편의 영화를 특별 상영한다.

한편 주최 측은 17일 저녁 6시부터 1시간 20분에 이르는 주요 작품 상영을 갖고, 이번에 한국을 방문하는 써니 리 등 감독들과 자리를 함께하는 전야제 행사도 진행한다. 입장료는 1회 상영에 5천원이며, 문의는 (02)3672-0181, 인터넷은 www.dsartcenter.co.kr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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