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상한가’ 배우 이재은, ‘연말이 뜨겁다’

중앙일보

입력

영화 <노랑머리>의 주인공 이재은(20)씨가 스크린과 무대를 오가며 연말을 뜨겁게 달군다.

그가 출연할 작품은 11일 개봉되는 영화 <세기말>(감독 송능한)과 29일 막이 오르는 뮤지컬 <황구도(연출 최용훈). <세기말>은 <노랑머리>로 영화계에 데뷔한 이씨가 두번째 찍은 작품이고, <황구도>는 처음 출연하는 뮤지컬이다.

이들 작품은 이씨가 아역 이미지를 벗고 완전한 성인배우로 탈바꿈함을 뜻한다.

고정된 이미지와 한정된 연기영역에 머물지 않고 장르를 자유자재로 오갈수 있음을보여주는 것이다.

이씨는 연기자라면 평범함을 벗어나 파격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동안 작품에 임해왔다. 과도하다 싶은 섹스신을 <노랑머리>에서 연출하고, 50대 중반 유부남과 원조교제하는 역할을 <세기말>에서 맡은 것도 이때문이다.

다만 뮤지컬 <황구도>에서는 이같은 섹스신이 노골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개의 눈으로 인간의 참다운 사랑을 살피는 이 작품에서 이씨는 세상에 잘 길들여진 스피츠 `캐시' 역을 맡아 연기한다.

<세기말>과 <황구도>에 동시 출연해 13년의 연기생활 중 가장 화려한 때를 맞은이씨를 설레게 하는 게 또 있다. 14일 발표할 올해 청룡상 발표가 그것이다. 이씨는유력한 신인상 후보로 이미 올라 있어 잘하면 겹경사를 맞을 것같다.

이씨가 정상급 배우로 급부상한 데는 오랜 경험과 과감한 연기력이 바탕에 깔려있다. KBS 드라마 <토지>(86년)에서 일곱 살짜리 서희 역을 깜찍하게 소화했던 이씨는 KBS 드라마 <하늘아 하늘아>(87년), <일월>(92년>, <용의 눈물>(97년)과 MBC 드라마 <전쟁과 사랑>(95년)에서도 잇따라 열연했다.

97년에는 여성국극 <아리수 별곡>에 출연해 연기폭을 넓혔고, 지난해에는 창극<남촌별곡>에서 원숙한 목청을 과시했다. 이들 국극과 창극에 출연하게 된 것은 서울국악예고에서 갈고 닦은 창 솜씨 때문이었다.

이씨 특유의 연기자상은 <노랑머리>와 <세기말>에서 잘 드러난다. <노랑머리>출연에 대해 주위에서 `별짓 다 한다'며 비아냥거리기도 했으나 이 나이가 아니면할 수 없는 배역이라고 생각해 촬영에 기꺼이 응했다.

<세기말>도 마찬가지. 원조교제 상대인 아버지뻘되는 이호재씨가 눈을 피할 정도로 천연덕스럽게 섹스장면을 끌어갔다.

그가 이처럼 과감한 연기력을 보이는 데는 가족의 전폭적인 지원이 숨어 있다.

이씨의 어머니는 "배우는 파격적이어야 한다. 평범하려면 집에서 공부하는 게 낫다"며 "그래서 어떤 배역이든지 마음먹은대로 소화해낼 수 있게 격려해주고 있다"고 말한다.

동덕여대 방송연예과 2학년에 재학중인 이씨는 당분간 <황구도>에 온 정열을 쏟을 예정. 방송 프로그램 진행 제의도 들어왔으나 이 작품이 끝나는 내년 1월 말까지는 사양할 생각이다. 그리고 길들여짐을 거부하는 <노랑머리>와 <세기말>의 역할처럼 고루한 사고틀을 깨는 파격적 방법을 두루 찾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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