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기술 훔치면 3배로 물어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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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여야가 10일 하도급거래 공정화법 개정안에 전격 합의했다. ‘3배수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부분적으로 도입하고, 중소기업협동조합에 하도급 대금의 조정신청권을 부여하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 내용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날 오전 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 차원에서 추진돼온 하도급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11일 본회의에서 처리된다.

 개정안은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기술 탈취’를 기술 요구와 기술 유용으로 세분화해 기술 요구 시에는 손해액에 해당하는 ‘1배수 손해배상제’, 기술 유용 시에는 손해액의 3배에 해당하는 ‘3배수 손해배상제’를 각각 도입하도록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그동안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민법상의 실손해 배상 원칙에 어긋나고, 다른 법률상의 손해배상 체계와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도입에 반대해왔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8일 국회 정무위에서 기술 탈취의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자는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의 질의에 대해 “현재 정부가 지지하는 안도 다른 나라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공정위는 9일에도 “김동수 공정위원장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는 홍 의원의 언급을 공식 부인했다. 이에 따라 ‘시장경제 파수꾼’ 역할을 해야 하는 공정위가 정치권의 과잉 입법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여야는 이와 함께 원자재 가격의 급격한 변동으로 인해 수급사업자의 하도급대금 조정이 불가피한 경우 중소기업협동조합이 하도급대금의 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2년간 시행 경과를 지켜본 뒤 조정신청권뿐 아니라 협상권까지 부여하는 문제 등을 추가로 논의할 수 있다는 내용을 부대의견으로 달았다. 이 개정안은 정부가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 정치권 입장을 부분적으로 수용하고, 중소기업협동조합의 권한과 관련해서는 협상권 부여를 강력 주장해온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과 민주당 의원들이 일부 양보하면서 마련된 절충안이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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