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1일 김정기 당시 상하이 총영사가 상하이 힐튼호텔에서 덩신밍을 만나 찍은 사진(위)과 김씨가 개인적으로 보관하고 있던 ‘(2007년) MB선대위 비상연락망’을 촬영한 사진(아래). 각 사진의 오른쪽 아래는 사진 파일의 정보. 이 내용을 보면 같은 날 두 시간 정도 차이를 두고 같은 카메라로 찍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연합뉴스]
중국 상하이 주재 한국 총영사관 외교관들과 스캔들을 일으킨 덩신밍이 갖고 있던 한국 정부와 여당 인사 200여 명의 연락처는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가 직접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연합뉴스가 9일 보도했다.
덩의 한국인 남편 J씨(37)가 제공한 사진의 파일정보를 연합뉴스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덩은 지난해 6월 1일 오후 6시55~56분 상하이 힐튼호텔에서 김 전 총영사와 나란히 사진을 찍었다. 이어 2시간여 뒤인 오후 9시19~21분 같은 카메라로 김 전 총영사가 소지한 ‘MB 선대위 비상연락망’ 등 정부 여권 실세 연락처들을 촬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참조>사진>
J씨가 덩의 USB 메모리에서 찾아내 제공한 이들 사진은 모두 같은 날 소니 DSC-TX1 카메라로 촬영했다는 정보를 담고 있으며 똑같은 폴더에 들어 있었다. ‘한나라당 연락처-사진’이란 이름이 붙은 이 폴더에는 김 전 총영사가 한 손에 와인잔을 들고 다른 손으로 덩의 어깨를 감싼 모습의 사진 파일 2개와 ‘MB 선대위 비상연락망’ ‘서울지역 당원협의회 위원장 비상연락망’ 등 정부·여당 인사들의 연락처 사진 파일 8개 등 10개의 파일이 들어 있었다.
사진 파일에 기록된 촬영정보에 따르면 김 전 총영사와 덩의 사진 2장은 2010년 6월 1일 오후 6시55분과 56분에 각각 촬영됐고, 나머지 연락처 사진 8장은 같은 날 오후 9시19∼21분 사이에 촬영됐다. 김 전 총영사는 그간 언론과 인터뷰에서 덩과의 사진 2장에 대해 “지난해 6월 1일 이탈리아 국경절 행사 참석차 상하이 힐튼호텔에 들렀다가 우연히 만나 홀에서 인사하면서 찍은 것”이라며 촬영일자를 확인한 바 있다.
그러나 유출된 연락처에 대해선 “내가 관저에 보관했던 것을 누군가 고의로 유출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J씨가 공개한 사진 파일의 촬영정보를 보면 ‘덩이 아닌 제 3자가 연락처를 김 전 총영사 관저에서 빼내갔다’는 주장의 설득력이 약해졌다. 김 전 총영사의 주장과 달리 덩이 김 전 총영사에게서 직접 받아 촬영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철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