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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편집장이 말하는 ‘의사들의 책쓰기’ 비법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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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판계에서 ‘의사들이 쓴 책’들이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의사 출신 작가들이 쓴 책들은 서점 ‘건강’ 코너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경제학, 심리학, 문화, 예술 등 다방면에서 의사들의 글쓰기가 진행되고 있더군요. <시골의사의 주식투자>의 저자인, 외과의사 박경철 씨를 시작으로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의 김혜남(정신과 의사) 씨, 자신의 취미 생활인 오페라를 주제로 <불멸의 오페라> 등 오페라 시리즈물을 출간하고 있는 정신과 의사 박종호 씨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하지만 얼마 전 만난 개원의 한 분은 책 출간을 위해 원고를 집필했지만 막상 어떤 방법에 의해 책을 출간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더군요. 오늘은 <가운을 벗자> 등 의사 출신 작가들의 책을 많이 내기로 알려진 ‘일조각’ 안경순 편집장에게 ‘의사들의 책쓰기’에 대한 조언을 들어봤습니다.

Q: 출판사에서는 어떻게 저자를 섭외하시나요?

A: 우리 출판사(일조각)에서는 홈페이지를 통해서 원고를 받고 있습니다. 보통 다른 출판사들도 이메일이나 홈페이지를 통해서 가능한 많은 원고를 받으려는 열린 시도들을 하고 있습니다. 직접 저자를 찾아 나서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의사 선생님들께서 먼저 원고를 보내주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출판 과정은 보통 어떻게 되나요?

A: 홈페이지나 이메일로 출간 기획서와 샘플원고를 보내주시면 됩니다. 원고 전체를 보내주셔도 되지만 보통 기획서와 샘플원고만 봐도 책으로 출간할 수 있을지 없을지 출판사 내에서 판단할 수 있거든요. 괜찮은 기획안이 들어오면 미팅을 합니다. 여러 차례 만나면서 전반적인 기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죠. 그리고 서로 뜻이 맞으면 계약을 합니다. 이때 인세를 몇 퍼센트로 할지 정하게 됩니다. 계약을 끝내고 나면 원고 마감 기간을 정합니다. 이후 퇴고, 편집, 디자인, 타이틀링 작업을 거쳐 출간을 합니다.

Q: 얼마 전 ‘일조각’에서 출간된 <가운을 벗자: 의학, 세상과 만나다 임재준 저>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의학 지식이 쉽고 재미있게 녹여져 있던데요. 이 책은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나요?

A: <가운을 벗자>의 저자이신 임재준 선생님은 서울대학교 내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십니다. 같은 병원에 근무 중인 동료 때문에 우리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셨더군요. 편집장이 따로 수정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완성도 높은 원고를 주셨어요. 처음 원고가 거의 그대로 출판된 케이스죠. 재미도 있고, 유익하고 깊이도 있는 원고였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공부도 많이 하셨고, 필력도 좋으신 게 분명하고요.

Q: 임재준 선생님은 경력이 화려하시던데. 교수급이 아니면 일반 의사들은 책 내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어느 정도의 스펙이 필요한건가요?

A: 특별히 갖추어야 할 프로필이라던지, 경력사항 같은 높은 스펙(?)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보통 편집자는 어떤 ‘가치’와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의사 출신 작가들에게 원하는 내용들을 굳이 정리를 해보자면 첫째로 지식, 상식, 정보를 담았는가. 둘째로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에 도움이 되는가 등을 봅니다. 기본적으로 글의 완성도, 논리적 전개, 읽기의 수월성, 재미와 지적 호기심 충족 등이 갖춰져 있는지도 꼼꼼히 따져보는 편입니다.

Q: 책을 쓰고 싶은 의사들은 어떤 것에 주안점을 두고 집필 계획을 세워야 할까요?

A: 우선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 잘 알아야 할 것 같아요. 원고를 들고 오시는 분들 중에는 정작 뭘 말 하고 싶은지 모르시는 분들도 있거든요. 그건 많이 배우고 못 배우고를 막론하고 독자를 대하는 태도인 것 같아요. 독자에게 이야기를 전달해 주고 싶다는 욕망을 만들고, 그 다음에는 그에 맞는 이야깃거리를 엮어 나가야 하겠지요.

Q: 편집자로서 책을 쓰고 싶은 의사, 교수들에게 조언해 주신다면

A: 전문적 의학 지식에만 치중해선 안 된다고 봅니다. 현실적 상황과 항상 연결시키는 집필 태도가 필요해요. 개인의 경험에만 의존해서 신변잡기식의 글이 되지 않도록 항상 ‘독자’를 염두해 두고 써야겠지요. 글을 쓰다가도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씩 이야기를 해보세요. “이러이러한 이야기가 있는데 재미있냐?” 등의 질문을 항상 던져 보는 겁니다. 독자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라면 짧은 이야기로 풀어내도 분명 관심을 갖게 될테니 말이죠. 또한 의학에 대해 다룬다면 기본적으로 환자, 더 나아가서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어야 좋은 글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도움말: ’일조각’ 출판사 안경순 편집장

글 : 장치선 기자 charity19@joongang.co.kr

사진: 중앙포토, 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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