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꿀꿀이와 개구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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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이제 경칩이 지났으니 개구리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나겠다. 그런데 ‘꿀꿀’ 소리를 내는 돼지는 ‘꿀꿀이’로 적는데 개구리는 왜 울음소리와 달리 ‘개굴이’가 아니고 ‘개구리’일까. 이는 한글 맞춤법 규정에 따른 것이다. 맞춤법엔 ‘-하다’나 ‘-거리다’가 붙는 어근에 ‘-이’가 붙어서 명사가 된 것은 그 원형을 밝혀 적고 ‘-하다’ ‘-거리다’가 붙을 수 없는 것은 원형을 밝혀 적지 않도록 돼 있다.

 즉, ‘꿀꿀거리다’가 가능하므로 ‘꿀꿀’의 원형을 살려 ‘꿀꿀이’로 적는 것이다. ‘부도옹(不倒翁)’이라고도 불리는 장난감의 경우도 ‘오뚜기’가 아니라 ‘오뚝이’가 맞다. ‘오뚝하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얼룩얼룩한 무늬나 점이 있는 짐승 또는 물건’을 뜻하는 단어는 ‘얼룩하다’ ‘얼룩거리다’가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얼룩이’가 아니라 ‘얼루기’다.

 사람에 따라서는 ‘개굴거리다’ ‘뻐꾹거리다’ 등이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글 맞춤법에서는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개굴이’ ‘뻐꾹이’로 쓰면 안 된다. 한편 깍두기의 경우는 사전에 ‘깍둑거리다’란 단어가 올라 있지만 ‘깍둑’의 원래 의미가 인식되지 않는다고 보아 ‘깍둑이’가 아니라 ‘깍두기’로 적는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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