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지원받아야 하는 학생, 복도로 나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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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등학교 교사가 정부 지원을 받아야 하는 저소득층 학생을 공개적으로 파악했다고 주장하는 글이 인터넷에 올라와 물의를 빚었다. ‘한부모 가정의 엄마’라고 밝힌 네티즌 ‘아차’는 5일 오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가난해서 급식비, 등록금 지원 받는 아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새 학기 3일째, 고등학생인 내 아이가 울면서 들어오길래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선생님이 한부모 가정이나 차상위, 기초수급자에 해당하는 사람은 창피하게 생각하지 말고 등록금과 급식비 등을 지원받을 수 있으니 복도로 나오라고 했다’고 말했다”며 “밖으로 나온 아이는 내 아이까지 총 3명이었고 선생님은 어떤 지원을 받아야 하는지를 물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아차’는 “새로운 반 친구들 앞에서 ‘가난해서 급식비 등을 지원 받는 아이’라는 낙인이 찍혔을 아이를 생각하니 눈물부터 나온다”며 “가난한 것도 서러운데 아이가 받을 상처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선생님이 원망스럽다. 아이와 함께 펑펑 울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부터 소외계층의 아이들이 두 번 상처 받지 않도록 (정부 지원 사항을) 인터넷으로 신청할 수 있다고 하던데 왜 만들었을까”라며 “교사가 학생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메뉴얼이 있을텐데…(아쉽다)”라고 덧붙였다.

이 글은 하루 만에 조회수 5만8000건을 기록했다. 댓글만 1300여 건이 달렸다. 네티즌은 “교사의 인격이 문제다. 아이들이 받을 상처를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무책임한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 “설마 이렇게 비상식적인 교사가 있을까. 믿고 싶지 않다” “담임 교사에게 서운함을 토로하고 상처받은 아이를 잘 보살펴달라고 부탁해 보는 건 어떨까” “속상하겠지만 아이가 이 일에 더 큰 아픔을 갖지 않게 엄마가 당당하게 괜찮다고 말해주세요” 등의 글을 남겼다.

이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 교육복지정책과 관계자는 “공개적으로 교사가 저소득층 학생을 불러내 조사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학생들이 상처받지 않게 온라인으로 신청하는 방법을 시·도교육청에 보냈고 담당 교사에게도 연수 등을 통해 교육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가 신고될 경우 사실 확인을 해서 해당 학교에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아차’에게 진위 여부를 묻기 위해 이메일을 보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대신 8일 오전 ‘아차’는 자신이 올린 글을 지우겠다며 “많은 격려와 용기를 주신 분, 더러는 질책과 충고를 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아이가 겪었던 일은 어느 학교에서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교과부는 올해부터 저소득 가정 학생이 등록금과 급식비 등 각종 교육비를 지원받을 때 인터넷으로 신청할 수 있게 ‘교육비 원 클릭 신청 시스템(oneclick.mest.go.kr)’을 도입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이 주변 친구들에게 알려져 눈치나 마음에 상처를 받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교육비 신청기간은 오는 19일까지이다.

인터넷 신청이 어려우면 가정통신문을 통해 일괄 배포되는 신청서를 작성, 학교 행정실 앞에 설치된 수거함에 넣거나 우편이나 팩스로도 제출하면 된다. 교육비 지원대상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한부모 가족보호 대상자, 차상위자활급여 대상자, 차상위 본인 부담경감 대상자, 차상위 장애수당 대상자, 기타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사람 등이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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