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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태국 서부, 겨울철 새 관광지로 각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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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시대를 맞이하는 사람들의 셀레임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각별한 것같다.더 나은 삶을 추구하기 위한 인류의 욕망은 과학의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온 반면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발발한 두번의 세계대전은 인류사에 씻을 수 없는 치욕으로 남아 다음 세기로 넘겨주게 됐다.한해,한세기를 보내면서 새로운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찬란한 문명의 발상지와 비극의 장소를 찾아가 본다.

◇ 이집트=클레오파트라와 람세스의 나라 이집트는 모든 도시가 '경주(慶州)'였다. 피라미드·스핑크스·거대한 신전·오벨리스크·왕들의 미라·상형문자를 기록한 파피루스·이슬람사원….카이로에서 나일을 따라 국경 남단 아부심벨까지 어딜 가나 상형문자로 뒤덮힌 유적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6천년 역사의 흔적들이 곳곳에 널려 있는 이곳은 모래먼지 날리는 고행의 광야가 아닌 세계 최대의 관광지로 일찌감치 자리잡았다.이집트 관광청의 사미(42)씨는 '전세계 문화유적의 1/3이 이집트의 것'이라고 자랑한다.

그러나 조상이 남긴 유물로 관광산업의 명맥을 유지했던 역사의 고향 이집트가 지난 10여년간 나일강과 홍해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을 활용, '휴식과 레저'라는 새 메뉴를 첨가해 환상의 겨울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아스완·룩소 등 일부 유적도시들과 홍해 연안은 지금은 독일을 비롯한 유럽인들이 즐겨찾는 피한지로 변모했다.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이들을 태운 전세기가 부지런히 지중해를 넘나든다.

나일강의 모습을 바꿔놓은 아스완댐 건설은 이집트에게는 큰 축복이었다.댐 상류로 2백70㎞까지 뻗쳐있는 나세르 호수는 고기잡이로 주민들의 생계 수단이 될 뿐 아니라 더위에 지친 여행객들의 눈을 시원하게 씻어준다.

아스완시는 시가지와 나일강위로 떠다니는 돛배 펠루카,유람선 등이 어울려 한폭의 수채화를 그려낸다.현지 안내원은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도 휴가땐 아스완을 즐겨 찾았다'며 자랑이 대단하다.

최근 유럽인들의 단골 피한지로 떠오른 곳은 홍해 연안.맑은 물과 따뜻한 날씨를 재산으로 휴양지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해수욕과 수상스키·스쿠버다이빙 등 해양 레포츠의 천국으로 변모했다.카이로 주재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대표적인 휴양도시 후르가다에는 호텔만 1백여개가 들어섰고 최근에는 북한 인력까지 건설에 투입되고 있다'고 전한다.

이집트는 지금 밀레니엄맞이 행사준비에 바쁘다.기자 언덕에서 '태양의 12가지 꿈'이란 대형 오페라가 공연되고 쿠푸왕 피라미드 황금관 대관식,카이로 시내 강상 축제와 함께 룩소 카르나크 신전에서는 한국 등 5대륙 12개국에서 뽑힌 12쌍 커플이 '파라오의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맘도흐 엘 벨타구이 이집트 관광장관은 "최근 대한항공의 카이로 직항노선 재취항을 계기로 한국인들도 이집트 여행이 활성화됐으면 한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자유여행사(757-9114·http://www.freedoms.co.kr) 등 10여개 여행사가 월·목요일 출발하는 5일·6일·9일 여행상품을 내놓고 있다.

◇ 콰이강의 다리=칸차나부리로 가는 길은 호젓한 태국의 시골풍경이 그대로 살아있다.불교국가라 팔자좋은 개들이 퇴약볕에 졸고있고,석회암 지대가 많아 빗물을 받아마시기 위해 집집마다 내놓은 큰 물독들….

'보는 관광'이 아니라 느끼고 체험하는 테마여행을 원한다면 태국 서부를 한번 찾아볼 일이다.거기에는 역사가 있고 자연이 있다.칸차나부리에는 현지인보다 일본인과 서양인 관광객이 더 많다.역사의 현장인 '콰이강의 다리'가 있기 때문이다.

콰이강의 다리는 영화속에서 본 것과는 달리 너무 평범하다.붉은 흑탕물 급류속에 보잘 것 없는 검은 색 철교하나가 뎅그마니 버티고 있을 뿐.다리는 누구라도 쉽게 걸어서 오고간다.

미국인 관광객이 영화 '콰이강의 다리'의 주제가를 휫파람으로 불러제끼자 모든 사람들의 얼굴은 역사속으로 빨려들어간다.공사 당시 비참하게 죽어간 영국군포로들의 고된 얼굴이 떠오르고,철교 아래 흙탕물에는 먼 이국땅까지 강제징용돼 온 1만6천여명의 한국동포들의 서러움도 흘러간다.

콰이강의 다리에서 하루 3차례 왕복하는 완행열차(30분 이상 연발착이 보통이다)를 타고 1시간쯤 거슬러 올라가면 '죽음의 계곡'을 만난다.발밑 1백여m 아래로는 강물과 낭떠러지가 이어지고 머리 위로 반쪽 하늘이 겨우 올려다뵈는 가파른 절벽이 무너져내릴 듯 아찔하다.

가쁜 숨을 내쉬는 기차는 '끼이익-끼이익'거리는 쇠마찰음을 끊임없이 토해낸다.사람도 발 딛기조차 어려운 낭떠러지 사이를 기어가는 기차의 모습이 차라리 힘겹다.

칸차나부리 인근에는 마음 편하게 코끼리 여행과 뗏목타기를 즐길 수 있고,자동차로 30분을 달려가면 본격적인 트레킹을 할 수 있는 국립공원도 가까이 있다.가까운 거리에 깨끗한 인도양 바다가 펼쳐져 있어 이국적인 풍취를 더한다.

칸차나부리는 북쪽 치앙마이나 남쪽의 푸켓과는 달리,이제 막 개발이 시작된 태국의 관광지.따라서 조금의 불편은 감수할 용기가 필요하다. 최근 인터넷 전문여행업체인 골드투어(02-2268-2678·http://www.goldtour.co.kr)가 3박5일의 새로운 관광루트를 개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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