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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아산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 시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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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2 지방선거의 화두는 단연 ‘무상급식’ 이었다.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자들은 서민들에게 높은 지지도를 받고 대부분 선거에서 승리했다. 그리고 공약은 실행으로 이어졌다. 올해부터 전국 15개 광역자치단체에서 초등학교 전 학년 또는 일부 학년 무상급식이 시행됐다. 충남지역도 2일부터 관내 모든 초등학교(430개교 13만5000여 명)를 대상으로 전면 무상급식에 들어갔다. 시행 이틀째인 4일 천안의 한 초등학교를 찾았다.

충남도 초등학교 무상급식 시행 이틀째인 지난 4일 천안불당초 학생들이 식당에서 나란히 앉아 점심을 먹고 있다.

학교 현장평가 대체로 ‘만족’

무상급식 시행 이틀째인 4일 오전 11시30분 천안시 불당초등학교 식당 안. 아이들이 질서 있게 자신의 배식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선생님 저는 많이 주세요.” “먹을 만큼만 먹어야죠. 소중한 음식을 남겨선 안돼요.” “많이 먹을 수 있어요. 안 남길게요.” 이날 점심 메뉴는 닭고기 볶음, 배추김치, 시금치 된장국, 떡볶이 등이었다.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김지용(12)군은 “개학 첫날인 어제도 반찬이 나쁘지 않았다. 작년과 비교했을 때도 맛은 별 차이를 못 느꼈다”고 말했다. 이형애(43·여)영양사는 “식자재 일부가 친환경 농산물은 아니지만 반찬의 질이 떨어지지는 않았다. 영양 면에서도 큰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이 학교 행정담당자 유영하(44·여)씨는 “사실 급식비를 내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학생은 많지 않았다. 대개 부모들은 무상급식보다 질 좋은 식자재를 원하는데 다행히 현재까지는 만족할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급식비를 지원하는 천안시가 지역 또는 친환경 농산물 구매에 대한 강제조항을 넣지 않으면서 급식의 질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도 했지만 학교 현장의 반응과 평가는 일단 나쁘지 않았다.

갈등은 있었지만…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김종성 충남도교육감은 지난해 12월15일 2011년 도내 초등학교 전체의 무상급식 추진에 합의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도내 초·중학교 학생 무상급식 지원을 위한 재원(식재료비, 운영비, 인건비) 1049억여 원의 분담 비율을 도(시·군 포함) 6교육청 4로 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2011년도 무상급식 소요예산 625억원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도 20%+시·군30%)와 도교육청이 각각 50%를 부담하고 학교급식시설 현대화 사업을 위해 도비 10억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초등학교 무상급식이 처음부터 순탄하게 진행된 건 아니었다. 천안시의 경우 준비초기에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안을 놓고 의원 간 예산문제로 충돌을 빚었다. 시는 올해 학교급식을 위해 자체예산 136억원(초·중·고 포함)을 지원키로 최종 결정했다. 그러나 초등학교 무상급식 관련, 예산 부족으로 지역 농산물과 친환경 식재료 공급이 원활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급식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천안시는 지난해의 경우 지역 농산물 활성화를 위해 지원금의 63%를 ‘흥타령 쌀’ 구매에 사용하도록 했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천안시청에서 열린 ‘2011 학교급식지원 심의위원회’에 상정된 ‘초등학교 무상급식 지원 심의안건’마저 기각되면서 시와 천안학교급식협의회 사이에 갈등이 빚어졌다. 이날 심의위원장인 박한규 천안부시장은 “초등학교 무상급식에 대한 심의를 한다고 해도 충남교육감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노릇”이라며 안건자체를 기각했다. 이후 천안시가(안건은 기각됐지만)지역농산물과 친환경농산물 비율은 예년 수준과 큰 차이 없이 공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갈등이 확산되지는 않았지만 제도정비 등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

 장기수 천안시의회 부의장(천안학교급식협의회 상임대표)은 “친환경 급식 예산을 별도로 확보하는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무상급식에 대한 다른 의견은 없었다. 식자재 납품의 어려움과 예산증가로 지역농산물과 친환경 무상급식 비율은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산시의 경우 무상급식 예산은 모두 109억원. 하지만 올해부터 한 발 앞서 추진하려던 전면 친환경 무상급식은 예산이 부족해 미뤘다. 아산시는 2008년부터 도내 최초로 쌀 만큼은 100% 친환경 쌀로 공급해왔다. 2011년 계획에도 지역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농·특산물의 학교급식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 관내 초등 학교 6곳, 중학교 3곳은 시범적으로 친환경급식을 실시하기로 했다.

 박성순 친환경급식추진단장은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인 친환경 농산물 생산단지가 아산이다. 그런 만큼 전면 친환경 무상급식이 하루 빨리 이뤄졌으면 한다. 다만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는 더 필요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여운영 아산시의원도 “쌀 등 일부 품목의 경우 친환경 농산물의 자립이 가능하지만 100여 가지 식자재들을 전부 친환경으로 하는 것은 어렵다”며 “따라서 시간을 두고 친환경 식자재를 늘려 나가고 지역 농민들과 상생발전 할 수 있는 계기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중학교 무상급식은 언제…

이웃도시 충북도의 경우 올해부터 전국 최초로 초·중학교 전면무상급식에 들어갔다. 충북도 역시 그간 예산문제와 식자재 공급 등을 두고 도와 교육청이 마찰을 빚기도 했지만 결국 이시종 도지사와 이기용 도교육감의 ‘초·중학교 전면무상급식 시행’이라는 공동 공약은 이뤄졌다.

 충남도도 내년에는 면 지역 중학생을, 2013년에는 읍 지역 중학생을, 2014년에는 동 지역 중학생을 추가로 포함하는 등 점진적으로 확대해 2014년부터는 도내 모든 초·중학생이 무상급식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초등학교 친환경 무상급식사업은 도교육청과 처음 실시하는 협력사업인 만큼 일선 학교 관계자와 학부모 등의 의견을 청취해 조기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충북에 비해 충남이 재정적인 부담이 더 많았다고 볼 수 있다”며 “중학교까지의 전면 무상급식이 혼란을 빚지 않게 초기부터 신중히 준비하겠다. 2014년부터는 친환경 무상급식이 전면 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글·사진=조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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