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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용인경전철 막자” … 의정부시민들 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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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인터넷 카페 ‘의정부 이야기’ 부매니저 노동환(오른쪽)씨와 회원 김홍규씨가 6일 경전철 이용활성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전익진 기자]

‘경전철 객차 한 칸을 카페열차로 만들어 도봉산을 배경으로 한 도심 관광열차로 운영하자’. 요즘 네이버 카페 ‘의정부 이야기’에 들어가면 이런 아이디어가 넘친다. 적자 경전철로 인한 세금 낭비를 방지하기 위해 1만8000여 의정부 네티즌들이 대안 찾기에 나선 것이다. 카페 부매니저 노동환(45·닉네임 ‘솔로몬’)씨는 “달려도 멈춰도 한 해 수백억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용인경전철을 보면서 걱정이 커져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2007년 8월 착공된 의정부 경전철 사업도 최소운영수입보장금(MRG·적자운영비 보조금)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초기 5년을 기준으로 개통 1년차 승객이 예상 수요(하루 평균 7만9049명)의 50~80%에 머물면 적자를 시가 보전해 줘야 한다.

<본지 2월 18일자 12면>

 노씨는 “서둘지 않으면 내년 6월 완공 후 시민들은 밑 빠진 독에 물 붙기 식으로 세금을 들여야 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그래서 시민 스스로 해결책 마련에 나섰다. ‘제비’라는 회원 이름을 쓰는 한 시민의 제안에 주목했다. 경전철 이용 승객을 늘리기 위한 방안을 찾아 시에 제안하자는 것이었다. 주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지난달 말 카페에 공지를 띄우고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모집하기 시작했다. 일주일 만에 60여 건의 다양한 의견이 올라왔다.

 ‘야간 조명을 설치하자’ ‘전망 좋은 역사에 전망대를 만들자’ ‘아파트 단지와 연결하는 구름다리를 만들자’.

 여기에 버스노선을 조정해 연계성을 강화하자는 등의 이용 편의 개선 아이디어도 쏟아졌다. 이들은 다음 달 말까지 의견을 종합해 시에 건의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의정부시 이탁재 경전철사업과장은 “시민들이 경전철 이용 활성화 방안을 제안해 오면 타당성 검토를 거쳐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대진대 정재화 교수(지방자치학)는 “경전철 사업의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감시의 눈길을 보내고,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풀뿌리 지방자치의 정착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정부 이야기’ 카페 회원들은 경전철 개통 이후에도 세금감시 활동을 계속 벌일 방침이다.

의정부=전익진 기자

◆의정부 경전철=민간 사업자가 30년간 관리·운영하다 의정부시에 넘겨주는 BTO(Build Transfer Operate: 건설 이전 운영) 방식으로 추진 중이다. 민간 사업자가 4750억원의 예산을 들여 장암동∼의정부시청∼고산동을 잇는 11.1㎞ 구간을 건설 중이다. 현재 공정률 86%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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