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말씀은 ‘계실’ 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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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졸업식이나 입학식에서 종종 들을 수 있는 말이 ‘말씀이 계시겠습니다’ 형태의 표현이다. “교장 선생님 축하 말씀이 계시겠습니다” “지역구 의원님의 축사가 계시겠습니다” 등처럼 예의를 갖추기 위해 ‘계시겠습니다’는 말을 흔히 쓴다.

 그러나 ‘있다’의 높임말이 항상 ‘계시다’인 것은 아니다. 주체를 직접 높일 때만 ‘계시다’가 쓰인다. “부모님은 시골에 계신다” “아버님은 주무시고 계신다”처럼 주체의 상태나 동작을 나타내는 등 직접 높임에만 ‘계시다’를 사용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주체의 일부분이나 주체와 관련된 사물을 높일 때, 즉 간접 높임에는 ‘있다’에 ‘-(의)시’를 붙여 ‘있으시다’로 해야 한다. “아버지는 실력이 있다”를 높임말로 바꿔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아버지는 실력이 있으시다”고 하지 “아버지는 실력이 계시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

 “교장 선생님 말씀이 계시겠습니다” 역시 교장 선생님이 아니라 ‘말씀’을 높이는 간접 높임이므로 “교장 선생님 말씀이 있으시겠습니다[있겠습니다]”고 해야 한다. 아예 말을 바꿔 “교장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겠습니다”로 해도 된다. 잘못된 높임말이나 과도한 높임말은 자칫 거부감을 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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