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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이노패스트] ⑦ 오디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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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이노패스트’는 혁신(innovation)을 바탕으로 고성장(fast-growing)하고 있는 기업을 가리킵니다. ‘한국의 대표 기업’이라고 부르기엔 아직 부족하지만 미래의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중견·중소기업들입니다. 제2의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로 진화할 수 있는 기업입니다. 중앙일보는 2009년에 이어 올해 10개 이노패스트 기업의 창업·성장 이야기를 소개하고, 이들에 대한 딜로이트의 전문적인 컨설팅을 곁들임으로써 기업가 정신이 기업 성장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조명합니다.

전북 완주군에 있는 반도체 회사 오디텍의 클린룸에서 방진복을 입은 박병근 대표(오른쪽)가 제품을 점검하고 있다. 클린룸에선 주력상품인 제너다이오드와 함께 각종 센서들이 만들어진다. [완주=프리랜서 오종찬]


“초점에 예민하고 비전에 충실하라.”

 오디텍 박병근(50) 대표는 사업 성공의 비결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다. 뜻을 다시 물으니 그는 회사가 커온 과정을 자세히 들려줬다.

 전북 완주군에 위치한 코스닥상장업체 오디텍은 ‘제너다이오드’를 만드는 반도체 회사다. 제너다이오드는 정전기 등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고전압으로부터 발광다이오드(LED) 칩을 보호해 주는 비메모리 반도체 소자다. 국내에선 오디텍이 독점 공급한다.

 LED칩 1개당 하나의 제너다이오드가 들어간다. LED TV, LED 전등 등 LED 관련 제품들이 인기를 끌자 오디텍의 매출도 쑥쑥 늘었다.

 이 회사를 지금의 반열에 올려놓은 효자상품 제너다이오드. 박 대표는 이 효자를 우연한 기회에 만난다. 1990년대 중반 그는 7년간 다니던 외국계 반도체 회사를 그만둔 뒤였다. 당시 그는 센서를 만들어 파는 개인사업을 한다. 박 대표는 거래처를 뚫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이름도 못 들어본 조그만 개인사업체 제품을 사려는 기업이 없었기 때문이다.

 낙담하지 않고 그는 전시회에도 꾸준히 제품을 출품했다. 96년 일본에서 열린 반도체 전시회에 참가해 보석을 발견한다. 일본 반도체 회사가 들고 나온 LED에서다. 그는 "당시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제품이라서 자세히 관찰했는데 아주 조그맣고 네모난 것이 붙어 있었다”고 말했다. 그게 바로 제너다이오드였다. LED반도체는 구조적으로 정전기에 취약하다. 제너다이오드의 역할은 바로 그 약점을 메워주는 것이다. 박 대표는 “(작은 제너다이오드를 발견한 것처럼)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으려는 자세, 즉 초점에 예민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로 돌아와 제너다이오드 개발에 착수해 양산에 성공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그만이었다. 이미 대기업들은 외국에서 이 부품을 납품받고 있었다. 더군다나 국내의 소규모 개인사업체가 개발한 제품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97년 기회가 찾아왔다. 외환위기가 닥친 것이다. 원화가치가 급락하면서 제너다이오드의 수입단가가 치솟았다. 자연히 이를 대체할 국산을 찾게 됐다. 미리 개발해 놓은 제너다이오드는 물량이 달릴 정도로 팔려나갔다.

 박 대표는 이때 모은 돈으로 2000년에 개인사업을 접고 오디텍을 창업한다. 이를 통해 원자재부터 제품에 이르는 전 과정을 수직계열화한다. 제너다이오드는 물론 당시 개발하던 다양한 센서들의 품질도 크게 향상됐다.

 그가 사업에 성공한 것은 기회 못지않게 훌륭한 동업자를 만난 덕분이기도 하다. 반도체 부문 부사장을 포함해 주요 임원들은 박 대표가 20평 남짓한 공간에서 개인사업을 할 때부터 동고동락해온 사람들이다. 오디텍의 창업도 함께 이뤄냈다. 여기서 그는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을 인용했다. 박 대표는 “같은 꿈을 가지고 같은 길을 가는 동료들이 있어 정말 몸을 아끼지 않고 열심히 일한다”고 말했다.

 오디텍은 2007년 말 중국에 진출했다. 2000년 창업 당시부터 계획하던 일이다. 그가 중국 진출을 마음먹은 것은 97년 외환위기 때의 교훈 때문이었다. 위기가 회사를 이만큼 키워준 기회이기도 했으나, 다시 이런 위기가 닥칠 수 있으므로 미리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박 대표는 “국내 한쪽에만 몰아놓으면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응력이 떨어진다”며 “이제는 동남아나 인도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제너다이오드를 독점 공급하고 있지만 이런 상황이 앞으로 계속된다는 보장이 없다. 박 대표는 “부품업체 특성상 변화에 민감하게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고민하고 새로운 먹을거리를 계속 발굴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가 요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가 ‘식물공장’이다. 반도체 업체와 식물공장은 무슨 상관관계가 있을까. 박 대표는 “연관성이 있지만 이거만 믿으면 망한다”고 말을 흐렸다.

 식물공장에는 LED가 들어간다. 당연히 제너다이오드를 비롯해 다양한 반도체 부품들이 필요하다. 그러나 부품을 아무리 잘 만든다고 해도 성공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박 대표는 “식물공장은 지금의 반도체 기술과는 다른 노하우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식물공장은 말 그대로 인공적인 빛과 영양분 등을 이용해 식물을 대량생산해 내는 장치다. 식물이 잘 자라려면 모든 조건을 식물에 맞춰야 한다. LED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밝은 빛이 아니라 식물에 맞는 다양한 파장을 내야 한다. 또 식물마다 잘 맞는 빛의 파장대가 다르다. 영양분이나 산소의 양 등 다양한 조건이 영향을 미친다. 박 대표는 “식물공장은 취미로 상추나 기르는 장치가 아니라 식량을 대규모로 생산해내는 그야말로 공장이다. 정교한 기술력과 많은 투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중국 진출이 그랬듯 “식물공장도 창업 당시부터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정부 과제를 수행한 적도 있다. 지금은 전북대와 함께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매주 농장에 다니면서 종자의 발육 상태를 확인한다. 영양분을 달리하며 실험도 해본다. 그는 “식물공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식물 성장에 대한 데이터를 모아야 한다. 그래야 어떻게 빛을 비추고 양분을 줄지 알 수가 있다”고 말했다.

 오디텍은 2015년까지 매출액 3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재가 중요하다. 회사가 지방에 있고 중소기업이라는 한계 때문에 우수 인재를 영입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수도권에 연구소를 세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박 대표는 “앞으로 로봇이 상용화되면 엄청나게 많은 센서가 필요해진다”며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역량 있는 인재들을 발굴하는 노력을 꾸준히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김준현 차장, 최현철·하현옥·한애란·권호·김경진·권희진 기자
사진= 프리랜서 오종찬

제품 중심에서 시장 중심으로 사업조직 바꿔라

딜로이트의 지면 기업컨설팅

이성진 이사
딜로이트컨설팅

오디텍이 지난 수년간 비약적인 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던 데는 무엇보다 최고경영자가 제시한 명확한 비전이 큰 역할을 했다. 여기에 고객 중심의 영업 마인드와 개발 및 생산 기반의 구축을 통해 확보된 비용 경쟁력이 힘을 보탰다. 회사가 향후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근본 경쟁력을 미래 사업영역에까지 확장 적용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조직 역량과 구조를 점검해 발전 단계별로 재설계하는 체계적 변환(transformation) 전략 수립에 나설 것을 권고한다.

 그 첫 단계로 체계적인 고객관리 정책과 우선순위에 따른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 지난 2년간 이 회사의 국내 및 해외 고객 수는 두 배 이상 늘었다. 현재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앞으로 고객관리업무의 복잡성은 크게 심화될 전망이다. 이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고객을 소그룹 단위로 구분하고 우선순위에 따라 나눠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한정된 내부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기업 대 기업(B2B) 형식의 사업 특성상 주문량이나 수익성과 같은 양적인 지표뿐만 아니라, 미래 사업에서의 성장성 및 전략적 파트너십과 같은 질적인 요소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고객에 따라 구분된 조직 구조 역시 고려해볼 만하다.

 둘째 단계로 신규사업 부문을 체계적으로 길러낼 수 있는 조직 및 설비 투자가 요구된다. 현재에도 이미 최고경영자의 비전에는 미래 고객의 수요에 기반한 신규사업 영역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구상을 사업 성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통상 수년간의 연구 및 사업화에 따른 투자가 따라야 한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구글 연구소와 같이 연구 인력의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가면서 동시에 연구개발 인력이 최종 고객의 제품 사용환경과 수요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보다 정교한 구조로 조직을 재구성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앞선 두 단계를 결합 발전시켜 회사 내 사업 단위를 최종시장 기준으로 구성하고, 마케팅과 영업, 연구 및 생산이 이를 지원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 물론 현재의 ‘제품 1, 2, 3’ 방식에서 ‘시장 가, 나, 다’ 형태로 사업을 재구성하는 과정은 적지 않은 시행착오가 따를 수 있다. 조직 구성원 개개인의 역할과 역량 또한 상당 부분 바뀌어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기술과 제품 중심에서 고객과 시장 기반으로 사업과 조직의 무게중심을 이동시켜야만 제품 주기가 짧고 위험도가 높은 반도체 시장에서 지속적인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다.

● 체계적으로 고객을 관리하고 우선순위에 따라 서비스를 차별화하라

● 신규사업 부문을 길러낼 조직과 설비를 갖춰라

● 조직을 정교한 구조로 재정비하라

이성진 이사 딜로이트컨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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