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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요즘 초등생들 ‘방송댄스’라면 눈이 반짝반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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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3일 서울 가양동 이마트 문화센터 ‘방송댄스’ 수업 시간에 초등학생들이 김자영(왼쪽 둘째)강사의 안무를 따라 하고 있다. 수강생들이 배우고 있는 춤은 걸그룹 ‘파이브돌스’의 ‘너 말이야’.


요즘 어린이들 세계에서는 댄스 가수가 ‘대통령’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스가 지난해 어린이 포털 ‘키즈짱’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1만478명 중 41.6%가 장래 희망으로 가수를 꼽았다. 아이들이 꿈꾸는 건 노래만 잘하는 가수가 아니라 댄스까지 겸비한 ‘아이돌’이다. 반이 나뉘고 새 친구와 첫인사를 하는 학기 초, ‘방송댄스’를 가르치는 댄스학원·문화센터가 초등학생으로 붐비는 이유다. 방송댄스는 말 그대로 방송 음악프로그램에 나오는 아이돌 그룹이나 댄스 가수의 춤을 가리킨다. 학교 장기자랑에서도 ‘막춤’으로 눈길을 끄는 때는 지난 것일까. 인기 있는 초등학생에게 필수라는 ‘방송댄스’ 수업 속으로 들어가 봤다.

글=이정봉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유행하는 방송댄스도 배우고 땀도 흘리고

걸그룹 ‘씨스타’의 ‘니까짓 게’의 안무를하는 강승현(11·서울 백석초)양(左). ‘니까짓 게’의 하이라이트인 발차기 동작을 선보이는 오승연(11·서울 백석초)양(右).

지난달 24일 오후 6시30분 방송댄스 수업을 하는 서울 가양동 이마트 문화센터 3층 다목적 홀에는 흥겨운 음악이 울려 퍼졌다. 교실 안에 옹기종기 모인 초등학생 20여 명이 가볍게 몸을 흔들고 있었다. 교실은 3면이 거울이고, 거울 앞엔 손을 짚을 수 있는 바가 붙어 있다. 수업 준비물은 특별한 게 없었다. 아이들은 트레이닝복처럼 편한 복장에 운동화나 실내화를 신었다. 수업을 듣는 아이들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다양했지만 남학생은 단 세 명, 나머지는 모두 여학생이었다.

방송댄스 수업은 보통 스트레칭 30분, 댄스 30분으로 이뤄진다. 몸이 유연해야 동작을 따라 하기 쉽기에 스트레칭에 시간을 들이는 편이다. 스트레칭을 할 때도 댄스 음악은 빠지지 않는다. 음악에 맞춰 몸을 구부리고 ‘웨이브’를 그리기도 했다.

이날은 걸그룹 ‘소녀시대’가 부른 ‘훗’의 안무를 배우는 시간. 스트레칭을 할 때는 다소 지겨워하던 아이들이 노래가 나오자 흥겹게 강사의 안무를 따라 했다. ‘훗’의 절정 부분인 ‘활쏘기’ 동작이 나오자 아이들은 경쟁하듯 큰 동작을 펼쳐보였다. 강사 김자영(24)씨는 “일주일에 1회 1시간 수업하고 한 달에 한 곡을 배운다”며 “요즘 걸그룹이 대세여서인지 여학생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여성 위주의 방송댄스를 가르친다”고 말했다. 한 시간 수업을 마친 아이들은 나올 때 축구 경기라도 끝낸 것처럼 땀을 뻘뻘 흘렸다.

남학생도 살 빼려고 방송댄스 수업 들어요

방송댄스를 배우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여자 아이들은 대개 같은 반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려고 배운다. 강승현(11·서울 백석초)양은 “춤 잘 추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가장 인기가 좋다”며 “봄 소풍, 장기자랑 때 멋진 춤을 보여주기 위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9·서울 공진초)양도 “장기자랑 때 제대로 춤을 보여주기 위해 집에서 틈틈이 음악을 틀어놓고 연습도 한다”고 말했다.

바깥 활동이 부족한 아이에게 부모가 운동 대신 댄스를 권하기도 한다. 딸(11·백석초)이 방송댄스를 배우는 주부 김혜진(40·등촌동)씨는 “운동 하나 시키려고 마음먹었는데, 댄스가 더 좋을 것 같아 등록했다”며 “딸도 무척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지댄스학원 강사 정하리(23)씨는 “장기자랑, 운동 차원을 넘어 TV 속 가수들처럼 되고 싶은 마음에 춤을 배우러 오는 아이도 있다”고 밝혔다.

남자 아이들은 운동 삼아, 다이어트를 위해 방송댄스 배우는 경우가 많다. 수강생 대부분이 여자여서 남자 아이들은 쑥스러움을 피하려고 대체로 친구와 함께 온다. 아들(11·염경초)이 댄스를 배우는 주부 박은영(39·염창동)씨는 “아들이 춤추는 걸 워낙 좋아해서 운동을 겸해 친구와 함께 방송댄스를 배운다”며 “몰래 방에서 음악 틀어놓고 춤 연습하는 걸 보면 재미있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 2회 기준 한 달 7만5000원 정도



대부분의 댄스학원에서 ‘방송댄스’를 가르친다. 방송댄스는 일단 춤 자체가 쉽기 때문에 힙합·재즈댄스에 비해 초등학생도 비교적 즐겁게 따라 할 수 있다. 큰 인기를 끌었던 원더걸스의 ‘텔미’ 댄스처럼 요즘 방송댄스는 누구나 따라 추기 쉬운 편이다. 방송댄스 강사 허정빈(30)씨는 “요즘의 방송댄스는 일반인도 쉽게 출 수 있게 안무를 짜는 경향이 있다”며 “가르칠 때도 아이들이 따라 하기 쉬운 댄스를 위주로 고른다”고 말했다.

방송댄스 수업은 보통 1주일 1~3회로 짜여 있다. 강사는 방송댄스 경력이 있거나 대학교에서 무용 전공을 한 이들이다. 수강료는 주 1회 수업하는 이마트 문화센터가 3달에 6만원, 일반 댄스학원이 주 2회 기준 한 달 7만5000원 선이다. 석 달치 수강료를 한 번에 내면 할인 혜택이 있는 곳이 많다. 복장에 제한은 없으나 일부 댄스학원에서는 수업 시 운동화·실내화가 아닌 댄스화를 신어야 하는 규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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