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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고치러 갔다가, 병문안 갔다가 병 얻지 않으려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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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이 감염 위험을 낮추기 위해 우주복 모양의 특수 멸균수술복을 입고 인공관절 수술을 하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강북힘찬병원 수술실. 수년간 오른쪽 무릎관절염으로 고생한 김복희(73·서울 영등포구)씨의 인공관절 수술 준비가 한창이다. 인공관절 수술은 뇌·심장수술과 함께 수술 후 감염을 막기 위해 수술 환경을 1급으로 유지해야 하는 분야다. 수술 부위가 세균에 감염되면 인공관절을 들어내야 하기 때문. 간호사가 수술실 벽과 전등, 수술테이블을 알코올로 꼼꼼히 닦았다. 소독을 마친 김씨도 수술할 오른쪽 무릎을 제외한 부위를 멸균포로 감쌌다. 무릎에는 땀샘이나 솜털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차단하기 위해 랩처럼 생긴 수술용 드레이프(drape)를 부착했다.

 조수현 진료부장(정형외과 전문의)과 간호사가 특수 멸균수술복인 일명 ‘우주복’을 입고 수술을 시작했다. 우주복은 의료진에게서 발생할 수 있는 0.1㎍(100만분의 1g)의 미세먼지를 98% 이상 차단한다. 조 진료부장은 “이렇게 감염관리를 철저히 하기 전인 1998~2000년 수술 감염률은 1.7%였지만 현재는 0.34%로 급감했다”고 말했다.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대책위 의무화

최근 배에 구멍을 몇 개 뚫고 기구를 넣어 수술하는 복강경 같은 최소침습수술이 늘었다. 내시경처럼 진단장비의 사용도 증가하고 있어 의료기구에 대한 철저한 소독과 멸균이 중요해졌다. 정부도 지난해 8월 ‘의료기관 사용 기구 및 물품 소독 지침’ 고시를 제정해 반드시 따르도록 규정하고 위반 시 처벌토록했다.

 병원감염을 막기 위해 의료기관들도 발벗고 나섰다.

 이미 3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에는 감염대책위원회 설치가 의무화됐다. 지난해 말에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300병상 이상의 전국 43개 상급종합병원은 6개 다제내성균 감염환자가 발생하면 의무적으로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병원감염 평가 항목이 포함된 보건복지부의 의료기관 인증 평가기관은 8개로 늘었다. 미국 평가기구인 JCI 인증을 받은 병원도 8곳이나 된다.

 미국 병원들은 감염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250병상당 1명의 감염관리 전담 인력을 뒀다. 최근 100병상당 1명으로 확대하고 있다. 영국은 평균 477병상당 1명의 감염 관리 간호사와 병원당 1명의 감염 관리 의사가 있다. 일본은 중환자실과 수술부위 감염 감시 체계와 감염 관리 의사 자격 시스템을 채택했다.

 병원감염을 일으키는 미생물은 세균·바이러스·곰팡이까지 다양하다. 특히 6개 다제내성균에 노출되면 치명적이다.

 고려대안암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입원 48시간 후 열이 나면 병원감염으로 판단한다”며 “다제내성균이 원인이면 패혈증이나 폐렴으로 사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병원감염은 의료비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대한병원감염관리학회의 연구에 따르면 입원일수는 최대 20.4일, 추가의료비는 최대 약 630만원이 든다.

 문제는 면역력이 떨어져 다제내성균에 취약한 환자가 는다는 사실이다. 김우주 교수는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장기이식 환자, 만성병이 있는 노인환자, 암환자처럼 면역력이 약한 환자가 증가하는 것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전국병원감염감시체계(KONIS)에 종합병원이 자발적으로 보고한 중환자실 병원감염 발생 건수(재원일 수 1000일당)는 2007년 7월부터 1년간 7.18건에서 다음해 7.56건, 그 다음해에는 7.65건으로 점차 늘었다.

의료기구 소독관리만 잘해도 예방 효과↑

일부 병원이 여전히 감염관리 사각지대로 남아있는 것도 문제다. 서울대 소화기내과 김용태 교수는 “감염관리에 필요한 인력·시설 투자가 힘들면 감염관리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며 “위 내시경을 제대로 소독하지 않으면 결핵균·간염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성이 커진다”고 경고했다.

 접촉을 통해 발생하는 병원감염은 철저히 소독·멸균하면 상당부분 예방할 수 있다. 의료기구의 위생관리는 세척·소독·멸균으로 진행한다.

 멸균과정에선 살아 있는 모든 종류의 미생물을 완전히 제거한다. 고압증기멸균법·가스(EO가스)멸균법·건열멸균법·과산화수소가스 플라즈마멸균법이 있다. 과산화수소가스 플라즈마멸균법은 잔류 독성이 남지 않는 친환경기술이다. 김 교수는 “병원감염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다. 정부와 의료계가 지속적으로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운하 기자

병원 방문객의 감염 예방법

● 지정된 장소에서만 면회한다

● 꼭 손을 씻는다

● 환자 침대에 앉거나 눕지 않는다

● 환자 침대에 소지품을 놓지 않는다

● 꽃, 화분, 애완동물 반입 금지

● 음식물 병원 반입 금지 및 환자와 함께 먹지 않기

● 환자에게 사용 중인 의료기구 만지지 말기

● 환자 화장실을 사용하지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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