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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봉 기자의 도심 트레킹 (21) 서울 강동구 일자산~송파구 방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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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아무리 춥고 길어도 봄은 온다.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우수(雨水·2월19일)도 지났고, 겨울잠 자던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驚蟄·3월 6일)도 코앞이다. 옛 사람은 우수가 열흘 지나면 풀과 나무에 싹이 튼다고 했다. 올겨울은 유독 춥고 길었다. 그래도 초목은 언 몸을 털고 깨어날 채비를 하고 있다.

 이번에 걸은 구간은 강동구 일자산과 송파구 방이동 생태경관보전지역을 지난다. 일자산에선 부지런한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며 벌레를 찾았고, 방이동 습지는 천천히 얼음을 녹이며 봄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구간은 강동그린웨이와 일부 구간이 겹친다. 강동그린웨이는 서울시가 지정한 시내 걷기여행코스 110개 중에서 좋기로 소문난 길이다. 생태적으로도 의미가 있고, 길 찾기도 편하다.

 

사람이 판 땅에 물 웅덩이가 생겼고 생명이 들어앉아 늪을 이뤘다. 늪 주위에 나무데크로 다리를 놓아 둘러보기 편하다. [변선구 기자]

출발점은 지하철 5호선 고덕역 4번 출구다. 출구에서 나온 방향 그대로 150m쯤 직진한다. 이마트 옆 건널목을 곧장 건너면, 전방 왼쪽에 ‘강동그린웨이 명일근린공원’이라는 솟대 모양 팻말이 보인다. 거기에서 나무계단을 오르면 바로 흙길이 시작된다.

 이번 구간은 표지판만 잘 따라가면 된다. 촘촘히 박힌 표지판 20여 개가 길을 안내한다. 길을 놓치면 표지판을 찾는 게 상책이다. 간혹 갈래에서 헷갈리지만, 대부분 가던 방향으로 걸으면 샐 염려가 없다.

 표지판이 ‘일자산’을 가리키는 쪽을 따라간다. 몇 개의 낮은 굽이를 넘어 500m쯤 나아가면 길이 나뉘는데 아파트단지가 보이는 쪽을 택한다. 더 가다 보면 붉은 벽돌 건물이 보이고 흙길이 끝나면서 차도가 나타난다. 차도를 건너면 왼쪽에 ‘강동그린웨이’를 가리키는 표지판이 있다. 길 오른쪽에 따로 쌓아올린 돌계단을 오른다.

 1㎞쯤 걸으면 명일근린공원이 끝나는 곳에 ‘강동그린웨이 명일근린공원’라고 쓴 솟대 푯말이 보인다. 동아아파트 앞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건널목을 건너 직진한다. 화훼가게가 늘어선 길을 지나고 8차선 대로를 건넌다. ‘강동그린웨이’라고 쓰인 표지판을 따라 걷다 보니 ‘일자산 끝’이라는 표지판이 나타난다. 이제부터는 표지판이 ‘서하남사거리’를 가리키는 화살표를 따라 걷는다. 산기슭은 얼었던 땅이 녹아 진흙투성이다. 일자산 능선을 올라타는 데까지는 경사가 조금 있다.

 일자산 능선에 오르면 우선 새 소리가 반긴다. 온갖 새 소리가 아직은 허전한 숲을 채우고 있다. 나무가 잎을 틔우지 않아 좋은 점이 있다. 나무에 앉은 새가 보인다. 나무를 두드리는 둔탁한 소리가 들린다. 딱따구리가 내는 소리다. 꽁지가 붉은 오색딱따구리는 한 자리에 꼿꼿이 앉아 ‘따다라라’ 나무를 쫀다. 검은 줄무늬에 조막만한 쇠딱따구리는 분주하게 나무줄기를 타고다니며 ‘따닥따닥’ 쫀다. 산새 지저귀는 소리에 숲길이 심심치 않다.

 일자산이 이름처럼 길이 일자인 건 아니다. 굽이가 있고 꺾임이 있다. 그래도 한 길을 따라 가니 걷기에 편하다. 별로 오른 것 같지 않은데 매년 해맞이를 한다는 정상이 나온다. 고려 말 신돈에게 박해를 받아 숨어지냈다는 둔촌 이집 선생의 거처가 길녘에 있다.

 일자산을 내려와 큰길에서 왼쪽으로 500m쯤 가면 ‘서하남사거리’에 도착한다. 가던 방향 그대로(오륜삼거리 방면) 길을 건너고 왼쪽으로(올림픽대교 방면) 한번 더 건넌다. 서문교회 쪽이 아니라 왼쪽 좁은 길을 걷는다. 화훼가게와 서부교라는 작은 다리를 건너 700m쯤 간다. 왼쪽에 ‘방이동 생태경관보전지역’이라는 솟대 팻말이 있다. 150m쯤 뒤 왼쪽에 방이동 습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옛날 골재 채취를 위해 파놓았던 웅덩이에 생명이 뿌리를 내려 군락을 이뤘다. 초목이 아직은 누렇지만, 이내 습지는 다시 푸르게 빛날 것이다.

 

이정봉 기자

습지를 나와 걸으면 성내천에 다다른다. 데크로드를 건너 ‘송파소리길’을 따라 왼쪽으로 걷는다. 약 1.3㎞ 걸어간 뒤 ‘성내 제5교’ 아래를 통과하기 직전 오른쪽 나무계단을 오른다. 길을 건넌 뒤 송파도서관까지 250m를 더 간다. 송파도서관 정문으로 들어가 현관 왼쪽 돌계단을 오른다. 여기가 바로 오금공원이다. 어느 방향으로 나오든 지하철 3·5호선 오금역까지 500m 안짝이다. 위성지도 등 상세 코스 정보는 ‘mywalking.co.kr(발견이의 도보여행)’에서 얻을 수 있다.

글=이정봉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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