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사무차장 “한국, FTA 동시다발 추진 인상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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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시장이 열리면 피해보는 사람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을 닫아둠으로써 생기는 비용은 누가 지불할 건가요.” 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기자들과 마주한 알레한드로 하라(사진)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차장, 예상대로 “시장을 닫아 둬도 경제환경은 경쟁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고 개방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기획재정부가 개최한 ‘2011 자유무역협정(FTA) 박람회’ 참석차 방한했다.

 그는 “한국의 동시다발적 FTA 체결 전략은 매우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유럽연합(EU)이 한국과 FTA 체결을 서두르는 이유는 미국이 FTA를 먼저 체결해 한국 시장을 다 뺏길까 봐 두려워서란 것이다. 그는 “한국의 FTA 협상 기술이 매우 빠르게 발전하는 것 같다”며 “다만 정부나 협상가들만 FTA를 이해하는 게 아니라 이해 당사자, 민간 단체 등이 FTA를 폭넓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FTA가 서민을 지나친 경쟁 속으로 내몰아 더 궁핍하게 만드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무역이 아니더라도 기술 혁신 등으로 경제 상황은 경쟁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밀산업을 보호하는 나라에선 밀을 더 비싸게 사먹게 된다”며 “보호도 받고 비용도 지불하지 않을 순 없다. 공짜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이 처음 FTA를 맺은 칠레 출신이다. 1999년 한·칠레 FTA 협상의 초반부에 국가대표를 맡았다. 협상 중이던 2000년 WTO 대사로 발령받았다. 그는 “칠레는 91년부터 다양한 나라와 FTA를 체결한 덕에 경제가 크게 발전했다”며 “은퇴 후 칠레로 돌아가면 아마 한국 자동차를 살 것”이라며 웃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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