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극장, 정통역사극 '조선제왕신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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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실험극장(대표 안영주)이 창단 40주년을 앞두고 정통 역사극을 무대에 올린다.

실험극장이 17일부터 26일까지 서울 대학로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할 작품은 차성우 작 '조선제왕신위(朝鮮帝王神位)'. 최근작 중 보기 드물게 역사에서 소재를 찾은 정통연극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인조반정에 대한 역사적 재조명에 초점을 맞춘 이 작품은 반정 후 소현세자를 거쳐 효종으로 이어지는 왕권 승계과정을 그렸다. 인조가 자신의 제삿날 혼령으로 나타나 즉위 당시의 실록을 보는 것으로 시작해 효종의 북벌철회까지를 다뤘다.

극단이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것은 역사의 반복성과 역사와의 화해를 묻기 위해서다. 비록 3백70여년 전의 일이지만 전개되는 양상은 현대사의 그것과 결코 다르지 않다는 것. 반(反)의 역사로서의 인조반정은 현대사에서 군부독재라는 모습으로 재현돼 한국 현대사의 흐름을 바꿔놓은 것과 궤를 같이한다고 본다.

이번 무대에는 이호재(인조), 반석진(효종), 강태기(소현세자) 등 과거 운현궁 시절부터 활약한 중견배우 16명과 신진배우 10여명이 출연한다. 이들은 많게는 30년 가량의 나이차를 보이고 있으나 동인제 극단의 장점인 앙상블로 무대 완성도를 높일 예정이다. 무대미술은 '명성황후'의 박동우씨가 맡는다.

연출자 윤우영씨는 '최근 우리 연극은 대형뮤지컬 등 다른 장르와의 결합으로 새로움을 추구하고 있으나 정통에 뿌리박지 못할 경우 무대 자체가 가벼운 놀이에 지나지 않게 된다'면서 '실험극장은 연극의 본령인 정통극의 흐름을 이번 공연에서 이어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공연시간은 오후 4시와 7시. 단 17일은 낮공연이 없다.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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