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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관, 근.현대 구상미술 재조명전

중앙일보

입력

한국 근.현대미술의 뿌리는 사실주의다. 1910년대에 일본, 프랑스 등으로 유학한 고희동.김관호.이종우 등이 바로 그 주역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객관적 묘사 위주의 사실 화풍을 국내에 도입해 새 바람을 일으켰다. 이 화풍은 소재적 측면에서 자연주의를, 묘사적 측면에서 사실주의를, 기법적 표현에서는 인상주의를 보여줬다.

그러나 근래들어 이런 사실주의는 추상미술에 밀렸고, 젊은 화가 사이에서는 은연중에 사실주의를 무시하는 경향까지 생겨났다.

국립현대미술관이 마련한 '인간, 자연, 사물' 주제의 '한국미술 99전'은 그래서 더욱 의미가 깊다. 미술관은 한국미술의 뿌리를 세기말에 재확인하고, 그 전통을 새천년기까지 이어간다는 취지에서 이번 전시회를 기획했다.

전시기간을 7일부터 2000년 2월 29일까지 잡은 것도 이 때문. 미술관은 99명의 생존작가로부터 각 2점씩의 최근작을 출품받아 구상미술의 근현대사를 정리한다. 이들의 화풍은 국내 사실주의 1세대의 그것을 고스란히 계승한 것이어서 인물이 아닌 미술사조 중심으로 20세기 미술을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술관은 이를 위해 고전적 사실주의, 인상적 사실주의, 표현적 구상주의 등 세분야로 나눴다. 김윤식.김형구.박각순.이종무씨 등이 고전적 사실주의를 대표한다면 오승우.박남재.김태.이대원씨 등은 인상적 사실주의 화가로 분류된다. 또 김흥수.윤중식.강대운.박창돈씨 등은 표현적 구상주의 계열이라고 볼 수 있다.

출품작은 70년대 이후 그린 것으로, 80년대와 90년대가 주류를 이룬다. 김흥수의 '한국의 환상'과 이만익의 '배 떠나 간다'가 70년대작이라면 이대원의 '농원'은 80년대를 대표하고, 오승우의 '자금성 우문'과 윤재우의 '화실'은 90년대 후반에 탄생한 작품들이다.

이들 60대 이상의 중견.원로화가는 한국화가 구상회화로 발전하면서 화단의 흐름을 주도했다. 정형화한 서구미술사조의 형식과 기법을 인용하면서도 소박한 한국적 향토성과 정취를 바탕으로 표현양식을 다듬어간 것. 대한민국 미술전람회(국전)와 대한민국 미술대전(민전) 등에 이어 목우회전, 구상전 등의 그룹전을 통해 그 전통은 여전히 굵은 맥을 형성하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학예연구사 장영준씨는 '이번 전시는 한국화단의 중심조류로 인식돼오면서도 그 실체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사실화풍의 국내 구상미술의 특징과 경향을 오늘의 시점에서 재조명코자 마련한 것'이라면서 '우리 미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밝혀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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