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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성검사·바운드볼·윈윈미로…3년 함께 할 친구들 사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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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고등학생이란 게 실감이 안 나요. 중학교 때와는 많이 다르겠죠?” “수정아, 빨리 와 봐. 다음 체험장소로 가야 돼.” 지난달 23일 국립평창청소년수련원. 잠시 걱정 어린 표정을 짓던 이수정양이 친구가 부르자 금세 표정이 밝아져 달려간다. 이양은 이날부터 2박3일 동안 서울 혜원여고 1학년 430여 명과 함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했다.

평창=정현진·전민희 기자
사진=최명헌 기자

서울 혜원여고 신입생들이 협동심과 리더십을 키울 수 있는 열린 체험 한마당에 참가하고 있다. 사진은 윈윈미로 게임(왼쪽)과 파이프라인 놀이에 참가한 학생들. [최명헌 기자]

대학 입시가 내 일로 다가와

“고등학교에선 진로상담부가 중요한 역할을 맡습니다. 대학 진학, 학교생활 적응 등 힘들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에요.” 23일 오후 4시 진로상담부 민옥희 부장교사의 설명에 학생들이 집중했다. 중학교와 달리 입시가 당장 자기 문제로 다가왔기에 긴장한 표정들이다. 과학중점학교인 이 학교의 교육과정에도 학생들의 관심이 높았다. 의사가 꿈인 김에스더양은 “대입에서 내신뿐 아니라 연구·조사, 체험활동 등 비교과활동이 중요해졌다고 들었다”며 “다양한 교육과정이 때문에 이 학교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오후 7시엔 직업적성검사가 실시됐다. 음악치료사가 꿈인 최은지양은 대학도 중앙대 심리학과가 목표다. 최양은 “친구들과 대화 주제도 중학교 때와는 많이 바뀌었다”며 “대학·직업 등 진로와 관련된 대화가 많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채연양은 “서울대 생명공학과가 목표”라고 밝혔다. 그러고는 “목표는 높게 잡아야 절반이라도 이루죠”라며 배시시 웃는다. 이경희 1학년 학년부장은 “오늘 직업적성 결과를 바탕으로 3월부터 개별 진로상담이 이뤄진다”며 “담임교사와 진로·적성 상담교사와의 상담에 적극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역할 나눠 활동 주도 … 자율성 리더십 키워

24일 오전 10시. “그쪽 균형을 맞춰야지, 다시 한번 해 보자.” 학생들 사이에 때 아닌 실랑이가 벌어졌다. 바운드볼 놀이에 참가한 8반 홀수조 학생들이다. 50㎝ 넓이의 작은 판에 네 방향으로 20여 개의 줄이 이어져 있다. 학생들이 각자 줄 하나씩을 잡고 가운데 작은 판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공을 튕기는 게임이다. 20여 명이 하나로 뭉쳐 협동심을 발휘해야 한다.

그런데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3~4번 공을 튕기다 계속 실패했다. 연습이 잘 안 되는지 서로 표정이 어둡다. “도전할 거야?” 바운드볼 또래지도자인 소현경양의 질문에 8반 홀수조 학생들이 “그래 한번 해 보자”며 도전의지를 보였다. 그런데 첫 번째 도전에서 꾀를 부리다 소양에게 걸리고 말았다. 여지없이 실패를 외친다. 손으로 공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봐달라는 친구들의 애원에도 꿈쩍하지 않는다. 두 번째 도전, “8, 9, 10. 와~ 성공이다.” 언제 실랑이를 벌였느냐는 등 서로를 껴안고 즐거워한다.

열림체험한마당에 참가한 학생들의 모습이다. 윈윈미로·2인3각·인간매듭풀기 등 조원 전체가 협동심을 발휘해 힘을 모아야 성공할 수 있는 놀이로 구성된 체험활동이다. 놀이 참가, 진행, 평가 모두 학생들의 손에 의해 이뤄진다. 권수지양은 “딱딱한 자기소개보다 이렇게 함께 몸으로 부딪치니까 훨씬 빠르게 친해지는 것 같다”고 좋아했다. 국립평창청소년수련원 활동운영부 한신희 과장은 “함께하는 활동으로 친밀함을 높이고 또래지도자·조장 등 역할을 나눠 학생들이 주도함으로써 자율성·리더십 등을 키운다”고 설명했다.

소원 담은 종이비행기 날려

25일 오전 9시. 신입생 모두가 국립평창청소련수련원 대강당에 모였다. 대부분 학생들의 눈이 퉁퉁 부었다. 웬일인가 물었더니 “오전 3시가 넘어 잤어요”라며 깔깔 웃는다. 남자친구 얘기, 교복 치마 길이가 너무 길다는 얘기 등 반 친구들 얼굴을 처음 본 게 불과 이틀인데 벌써 절친(가장 친한 친구)이 됐다.

조명이 꺼지고 잔잔한 음악이 흐르더니 ‘공감백배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동영상이 방송됐다. 2박3일 수련회에 참가했던 학생들의 모습과 전날 진행했던 설문조사 내용이 화면에 보였다. ‘어떤 선생님이 교생으로 왔으면 좋겠느냐?’란 질문에 강동원·빅뱅·송중기 등 연예인들 이름이 압도적으로 많다. “어떤 선생님이어도 상관없어요. 제발 말만 짧게 해 주세요.” 진심 어린 한 학생의 메모에선 웃음바다가 됐다. 이어 올해 꼭 이루고 싶은 소망과 선생님께 바라는 소원을 담은 종이비행기를 날렸다. 430여 개의 종이비행기가 학생들 머리 위로 날며 대강당을 메웠다. “전교 1등 하고 싶어요.” “1m68㎝, 48㎏. 완벽한 몸매를 내려 주소서.” 학생들이 자신이 날린 종이비행기를 보며 환하게 웃는다. 새로운 선생님, 처음 만나는 친구, 이들은 저마다의 꿈을 함께 나누며 희망찬 고교 생활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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