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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8일 밤 메리어트호텔 2217호, 박지원·국정원 간부 ‘묘한 만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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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8일 밤 메리어트 호텔을 나서고 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8일 서울 반포동 JW 메리어트호텔 서울 2217호실에서 국가정보원(국정원) 고위급으로 추정되는 인사(이하 A씨)와 밀담을 나눴다. 이날 오후 8시45분쯤부터 한 시간가량 이뤄진 두 사람의 만남은 최근 ‘실패한 공작’으로 드러난 국정원 요원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잠입사건이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대화에선 국정원의 곤혹스러운 입장과 국정원 내부 상황과 관련한 민감한 얘기들이 오갔다. 제1야당 실세 원내대표와 국정원 고위 인사 간의 대화는 객실 문틈으로 흘러나왔다.

 ▶박 원내대표=“한나라당에서 국정원 책임에 대해 너무 강경하게 주장하고 나오는 것 같다.”

 ▶A씨=“당·정·청 회동 때 국정원 책임론에 대해서는 논의가 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 원세훈 원장에게 불만이 있는 TK들이 계속 그러고 있다.(※TK는 대구·경북 출신 세력을 말함. TK세력이 원세훈 원장의 사퇴를 주장한다는 의미) 이번 사건이 개인적인 문제면 백 번 사죄하고 그냥 넘어간다. 경찰 쪽에서 ‘원(※국정원을 의미)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연락이 왔었다.”

 ▶박 원내대표=“… 그건(※국정원의 미숙함에 대한 비난) 우리 민주당 의원들도 안 할 수가 없었다. 한나라당에서 우리보다 먼저 치고 나갔다. 나도 입장이 난처하다.”

 ▶A씨=“내가 개인적으로 책임지면 된다. 불법행위는 앞으로 하면 안 되니까··· 하지만 (공작은) 계속 해야 될 일인데···이번에 잘못 해 버리면···.”

박 원내대표는 A씨의 발언에 국정원 입장을 배려하는 듯한 말도 했다. 박 원내대표의 목소리는 작고 나지막한 반면 A씨의 목소리가 크고 다소 격앙된 톤이었다. 대화의 주제는 국정원 개혁 쪽으로 옮겨갔다.

 ▶A씨=“난 우리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 되는 거 빼놓곤 아무 관심 없다. 국정원이 여론의 비판을 많이 받고 있다. (국정원 개혁을 주장하는 누군가를 지칭하며) 그 사람도 부담스러운 거죠.”

 ▶박 원내대표=“아니 내가 오죽했으면···내가 최고회의에서···.”

 ▶A씨=“…그게 우리 국정원에 대한 개혁입니까.”

 A씨는 최근 국정원장의 미국 방문 기사를 언급하면서 “그 기사와 관련해 지난달 17일 점심 먹기 전까지 2차장이 계속 물어보기에 원장한테 보고드리라고 했는데 3차장한테 또 전화가 왔다”고 말했다. 국정원의 1차장은 해외업무와 북한정보를, 2차장은 국내 공안문제를, 3차장은 산업·과학 정보 수집과 사이버 보안 분야를 각각 담당하고 있다. 기획조정실장은 조직의 인사 및 예산 업무를 맡고 있다.

 대화를 마치고 호텔 로비로 나온 박 원내대표는 “무슨 일로 호텔에 왔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미국에서 인척이 와서 만나고 간다”고 말했다.

김혜미·채승기 기자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민주당 국회의원(제18대)
[現] 민주당 원내대표
[前] 문화관광부 장관(제2대)

194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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