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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6500만원 그대로인데 전세는 5000만원 뛰고 애들 학원비는 40만원 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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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울의 반도체 관련 중소기업에서 간부로 있는 정성욱(42)씨는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109㎡ 아파트에 산다. 2년 전 1억5000만원에 전세를 들었고, 올 7월 계약 만기가 돌아온다. 주변 전세 시세를 알아보니 같은 아파트가 지금은 2억원으로 올랐다. 정씨는 “무리해서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같은 2억원짜리 전세라도 기왕이면 좀 더 넓은 집에 살기 위해 외곽으로 이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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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치 찬거리 6만원 → 10만원

 정씨의 큰아들은 올해 중학교 3학년이 되고, 작은아들은 중학교에 입학한다. 정씨 부인은 전업주부다. 아이들이 초등학생일 때는 주변의 적당한 학원에 보냈는데 올해부터는 대학 입시를 염두에 두고 준비할 계획이다. 현재 두 아이 모두 영어·수학 학원에 보내는데 한 달에 140만원이 든다. 참고서 값까지 합하면 170만~180만원가량 된다. 정씨는 “대입 전형이 입학사정관제로 바뀌고 논술이 중요해진다는데 미리 준비를 시켰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후회가 든다”고 말했다. 이웃들은 특기를 살리기 위해 과학이나 체육 과외도 시킨다는데 늘어나는 사교육비가 부담스럽다. 하지만 올해 연봉은 6500만원으로 동결된 상태다.

 정씨는 서울 강남의 사무실까지 출퇴근을 한다. 다행히 한 달에 50만원 남짓한 주유비는 회사가 정씨의 업무 특성을 인정해 전액 지원해 준다. 하지만 고속도로 통행료가 부담이다. 매일 3600원씩 내다 보니 한 달이면 9만~10만원이다. 정씨는 “애들 교육비에 보태도 시원찮을 돈을 길에 뿌리고 다니는 격”이라며 푸념했다. 수도권 신도시에 살며 주유비가 지원되지 않는 정씨의 회사 동료들이 “작년보다 기름값이 30% 이상 더 든다”고 볼멘소리를 할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린다.

 정씨는 최근 아침 식탁에서 ‘반찬 투정’을 하다 부인에게 한 소리 들었다. 요즘 반찬 값이 두 배 이상 오른 것을 모르느냐는 얘기였다. 예전에는 마트에서 6만원어치 장을 보면 1주일치 찬거리가 됐다. 하지만 요즘은 사흘치밖에 안 된다. 정씨 부인은 “최소한 10만원어치는 사야 1주일을 먹고산다. 한 손에 4000원 하던 고등어가 지금은 7000원이고, 달걀도 1.5배 이상 올랐다. 삼겹살은 100g에 1700원 하던 게 2700원이 돼 주로 세일 품목 위주로 장을 본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예전에는 아이들 건강을 생각해 국내산만 먹었는데 구제역 파동 속에 가격이 너무 올라 해외산 고기를 사먹기도 한다”고 말했다. 1주일에 한두 번은 꼭 하던 외식은 2주에 한 번꼴로 줄였다.

난방비 올라 … 밤에만 보일러 켜

정씨는 잠을 잘 때도 물가가 오른 걸 느낀다. 난방비 때문이다. 유난히 추웠던 올겨울, 보일러를 하루 종일 돌렸더니 난방비가 40만원이나 나왔다. 낮엔 보일러를 끄고 아침, 저녁에만 난방을 해도 15만원이다. 좀 춥더라도 돈을 아껴야 된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렇게 생활 물가가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노후 불안이 더 커지고 있다. 보험을 제외한 예금에 다달이 100만원씩 넣고 있는데, 이건 무슨 일이 있더라도 계속할 작정이다. 아이들은 점점 커가고 물가는 계속 올라 죽을 둥 살 둥 저축해야 한다. 정씨는 “양극화, 빈부격차 같은 거시 담론은 차치하고 당장 전셋값이라도 안정돼 집 걱정이라도 덜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글=박성우·정원엽 기자, 사진=김도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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