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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조금만 리모델링하면 살아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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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정몽규 프로축구연맹 총재가 지난달 22일 축구회관에서 현대오일뱅크와 타이틀 스폰서 계약을 맺은 후 환하게 웃고 있다. [뉴시스]


“저평가된 K-리그의 가치를 되찾는 일이 제 일이죠.”

 정몽규(49) 한국프로축구연맹 신임 총재는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을 여러 번 강조했다. 지난해 말 곽정환 전 회장으로부터 ‘K-리그 활성화’라는 어려운 숙제를 넘겨 받았지만 자신감에 넘쳤다. 지난달 25일 축구회관에서 만난 그는 현대산업개발 CEO답게 “K-리그는 저평가된 주식 같다. 건물로 따지면 완전 철거하고 다시 지어야 할 게 아니라 조금만 리모델링하면 멋지게 되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유학 시절부터 축구에 푹 빠져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 구단주를 역임했고, 현재도 부산 아이파크 구단주를 맡고 있는 축구광다웠다.

 그는 우선 K-리그 흥행 부진의 원인을 찾았다. 선수들의 경기력보다는 중계 기술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K-리그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가장 큰 차이점은 중계 기술”이라며 “K-리그가 흑백영화라면 카메라 25~26대가 동원되는 프리미어리그는 3차원(3D) 입체영화다. 맨유 경기도 카메라 몇 대 가지고 멀리서 잡으면 느리고 재미없다고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울을 연고로 하는 팀을 만들어 경쟁구도에 불을 지피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K-리그에는 수원 삼성과 FC 서울 이외에는 뚜렷한 라이벌 구도가 없다. 서울 내에 팀이 하나 더 생기는 게 좋을 것 같다”며 “FC 서울 구단에서도 서울 팀이 하나 더 생기는 걸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제2의 서울 팀이 생기는 데 걸림돌은 없다”고 말했다.

 정 총재는 흥행을 위해서는 프로야구는 물론 농구와 배구에서도 배우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야구는 2~3년 전부터 급격히 인기가 늘었다. 그 전에는 전 국민이 좋아할 만큼 특별하게 재미있지는 않았다. 팬을 위한 서비스 등 다양한 촉매가 있었기 때문이다. 축구도 올 시즌에는 반드시 촉매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팬을 위한 축구’를 위해서는 일부 대회를 금방 포기해버리는 구단들이 달라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어느 팀의 팬이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원한다. 하지만 정규리그에서 성적이 안 나겠다 싶은 팀들은 리그를 아예 포기하고 다른 대회만 신경 쓴다”고 꼬집었다. 이어 “무조건 이기라는 뜻이 아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만날 지는 하위권 팀에도 팬들은 열광한다. 팬들은 지더라도 최선을 다해 아깝게 지는 걸 원한다”며 “축구장에 사람 구경 갔다가 진짜 축구의 재미에 빠지는 게 바람직하다. ‘축구장에 갔더니 정말 재미있더라’는 소문이 나면 분위기가 확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정 총재는 현안을 직접 챙기는 총재가 되겠다는 각오도 빼놓지 않았다. 특히 K-리그가 언론에 자주 노출될 수 있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그는 “축구가 언론을 활용하는 면에서 많이 부족한 것 같다. 누가 누군지 알아야 응원도 할 것 아닌가. 선수에게 ‘인터뷰하지 마라. 집중력 떨어진다’고 하는 지도자들은 내가 직접 설득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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