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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철의여인’ 재스민 태풍에 날아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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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프랑스에서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미셸 알리오마리(Michele Alliot-Marie·65·사진) 외무장관이 아랍권 민주화 태풍에 휩쓸려 낙마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사퇴 의사를 밝힌 것. 사르코지 대통령은 즉각 TV연설을 통해 새 외무장관을 임명하는 등 부분 개각을 발표했다.

 알리오마리는 지난해 말 휴가 때 튀니지의 사업가인 아지즈 밀레드가 제공한 개인 비행기를 이용한 사실이 드러나 정치권과 언론으로부터 사임 압력을 받아왔다. 밀레드는 지난 1월 시민혁명으로 축출된 지네 엘아비디네 벤 알리 전 튀니지 대통령의 측근으로, 스위스 정부가 자산 처분을 동결시킨 40여 명의 튀니지인 중 한 명이다.

 집권당 대중운동연합(UMP)의 부총재인 알리오마리는 프랑스에서 최초로 국방·내무·법무·외무장관을 역임한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다. 프랑스의 첫 여성 외무장관이다. 동거인인 파트리크 올리에르가 의회관계 담당 국무장관이라 프랑스 최초의 ‘장관 커플’이기도 했다. 보수 성향이 강한 ‘강골’이라는 점에서 그는 종종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와 비교돼 왔다. 체육부 장관 시절인 1990년대 중반 2000m 높이에서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려 화제가 됐다. 알리오마리는 사퇴서에서 “잘못된 행동을 했다고 여기지는 않지만 가족의 사생활이 크게 침해받고 있어 사직을 결심했다”고 썼다. 그는 그동안 “친분 있는 사업가로부터 순수하게 편의를 제공받은 것”이라고 해명해왔다. 하지만 튀니지 시위 초기 의회에서 “튀니지 정부의 시위대 진압을 도와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해 비난을 샀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새 외무장관에 현 국방장관인 알랭 쥐페 전 총리를 임명했다. 국방장관에는 제라르 롱게 UMP 상원 원내대표를 기용했다. 지난해 아랍인 비하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던 브리스 오르트푀 내무장관도 클로드 게양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교체됐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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