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공부잘하는 약'으로 알려진 것들, 진실은

중앙일보

입력

김태훈 원장의 '소아 정신 건강'

정신과 전문의
김태훈 원장

얼마 전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기면증 치료제로 사용되는 의약품에 대해 의약품 사용 적응증을 보다 더 줄이고, 약품 복용시 불안, 자살 충동과 같은 정신과적 증상이 발생할 경우 투여 중단하도록 권고하였다. 그후 각종 언론 기관에서 이 약이 각성·흥분제이고 대입 준비생 혹은 각종 국가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려지며 오·남용되고 있다고 보도를 하였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그러나 교통 사고 위험성이 있거나, 회의하다 갑자기 졸음이 오는 등 기면증이 심한 사람도 마치 공부를 잘하기 위해 이 약을 복용하는 것처럼 오해를 받지는 않을까? 이런 오해를 받는 것은 '염불에는 마음이 없고 잿밥에만 마음이 있다.'는 속담처럼 맡은 일에는 정성을 쏟지 않고 잇속에만 관심을 갖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 때문이다. 이는 의약품의 본연의 목적을 훼손하고 약물 효과을 엉뚱하게 인식하는 것에서 비롯하게 된다. 사람들은 정신과에서 약물을 처방하고 복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극도로 꺼린다. 이유는 정신과 약물은 중독성이 있고 뇌신경을 파괴하는 매우 독한 약이기 때문이라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편견을 가지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정신과 의약품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비전문가들이 더욱 부추기면서 극대화되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아이들을 진료하다보면 부모들의 이런 걱정들을 설득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는 것에는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무엇인가 다른 특별한 것이 있다고 생각되어지면 정신과 약물에 대한 공포심도 뛰어넘는 대단한 용기가 생기는 것 같다. 보다 더 쉽게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욕심이 생겨 뇌신경을 파괴되어 영구적 손상(?)이 발생하는 것쯤에는 걱정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공부잘하게 해주는 약 소동은 사실 이 약 뿐은 아니다. ADHD 치료제가 하루에 한번만 복용할 수 있도록 개발되어 복용이 보다 더 쉬워지면서 ADHD 치료받는 아이들이 보다 더 늘어났다. 이렇게 되면서 치료 효과로 나타나는 학업 개선이 공부 잘하게 해주는 약으로 둔갑하고 말았다. 이러자 학원이 밀집한 강남이나 고시촌에서 집중력이 개선되어 공부 잘하게 해준다고 둔갑해 공부 때문에 ADHD 아동이 아닌 정상적인 아동들도 약물을 복용한다는 근거가 없는 소문이 돌게 된 것이다. 사실 ADHD 치료제가 공부잘하게(?) 해주는 약으로 각방받기 전에는 다른 약이 공부잘하게 해주는 약으로 소문난 적도 있었다. 치매 치료제가 처음 개발되어 시판되면서 치매 치료제 효과중에서 기억력을 증진해준다는 효과가 알려지면서 이 약을 복용하면 정상 아동들도 기억력이 좋아져 공부를 보다 더 잘하게 해 줄 수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자식이 공부를 잘하게 된다면 이보다 더 자랑스럽고 보람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아이가 공부를 잘할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다해주고 싶은 것이다. 그러다보면 보다 더 쉽게 공부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하는 요행이나 유혹에 약한 것도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공부를 잘한다는 것은 문제를 남들보다 잘 풀수 있는 방대한 지식과 이를 주어진 시간내에 보다 더 많이 정확하게 풀수 있는 능력 즉 고도로 발달된 실행 능력을 의미한다. 실행 능력 발달을 위해서는 재미없고 단순한 문제 풀이를 지속할 수 있는 인내 즉, 하고 싶은 것을 참고 해야하는 주어진 목표량을 달성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고도의 실행 능력을 갖추게 된다. 따라서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란 말이 당연한 것이다. ADHD 아동일 경우, 집중력 부족에 따른 실행 능력에 문제가 있어 공부와 같은 작업에 장애가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아이가 약물 복용을 할 경우, 집중력 부족 문제가 해결되어 보다 더 공부를 잘 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당연하며 이런 효과는 나이가 어린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잘 나타난다. 그러나 꾸준히 학년이 올라가면서 학업량이 증가하고 인내력과 감내력이 요구되면서 스스로 노력하지 않을 경우 이런 효과는 감소하게 된다. 즉 저절로 공부를 잘하게 해주는 것은 아닌 것이다. 공부는 철저한 자기 관리 및 실천력이 요구되는 고도의 작업인 것이다. 김태훈 정신과 전문의 김태훈 원장의 '소아 정신 건강' 칼럼 더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