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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번화가엔 쇼핑객 반, 경찰 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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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중국판 ‘재스민(茉莉花·모리화) 혁명’을 위한 민주화 시위가 열릴 예정이던 상하이의 화평극장 앞에서 27일 한 남자가 중국 공안에 체포돼 경찰 차량으로 연행되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중국 27개 도시에서 시위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공안 당국의 원천 봉쇄로 사실상 무산됐다. [상하이 로이터=연합뉴스]


중국판 ‘재스민(모리화·茉莉花) 혁명’으로 불리는 2차 중국 민주화 시위가 27일 오후 2시(현지시간) 27개 도시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공안 당국의 원천봉쇄로 사실상 무산됐다. 전국적으로 수천∼수만 명의 경찰을 동원한 공권력의 위세 앞에 재스민이 필 자리는 없었다.

 이날 오전부터 수도 베이징의 최대 번화가인 왕푸징(王府井) 쇼핑가에서는 공안(경찰) 수천 명이 배치돼 기습시위에 대비했다. 쇼핑객과 공안이 반반이라고 할 정도로 철통 같은 경비였다. 한 일본인 관광객은 “휴일 쇼핑가에 왜 이리 경찰이 많은지 이상하다”고 말했다.

 왕푸징 지하철역 입구에는 방탄복을 입은 무장경찰들이 순찰을 도는 장면도 목격됐다. 맹견도 코를 킁킁거리며 순찰을 돌았다. 천안문(天安門) 광장 주변 4∼5곳에는 검색대가 설치돼 관광객의 소지품을 일일이 검사한 뒤 광장에 입장시켰다.

 오후 2시쯤 당국은 시위 예정지인 KFC 주변의 관광객과 쇼핑객을 분산시킨 뒤 청소차를 동원해 대규모 물청소 작업을 벌였다. 이로 인해 시위대의 현장 접근이 원천 차단됐다.

 1차 시위가 벌어졌던 상하이(上海)에도 공안 수천 명이 도심 곳곳에 배치돼 시위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의 언론 통제로 전국의 시위 상황이 곧바로 확인되지 않았으나 중국 공안당국에 의해 원천봉쇄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외신들의 현장 취재는 적극 차단됐다. 공안 당국은 시위를 앞둔 25, 26일 한국 언론을 비롯, 베이징 주재 외신 특파원들에게 일일이 전화해 “중국에서 취재할 때는 사전에 동의를 받는 등 중국법을 준수하라”고 요구했다.

 일부 특파원들에게는 “내일(27일) 왕푸징에 갈 거냐”며 은근히 압력을 행사했다. 일본 특파원들 중 일부는 공안국에 직접 출두하기도 했다. 민주화 시위 현장 취재를 하지 말라는 메시지였다.

 실제로 이날도 시위 예고 지점 주변에 깔린 공안들이 외신기자들의 접근을 집요하게 차단했다. 공안들은 현장에서 사진을 촬영하려고 카메라를 꺼내는 외신기자가 보이면 순식간에 달려가 “사진을 촬영하거나 취재하려면 허가증을 받아야 한다”고 제지했다. 일부 외신기자들은 인근 왕푸징 건설위원회 사무실에서 취재 허가 절차를 밟기도 했다. 이 때문에 상당수 외신기자들이 취재를 방해받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중국 정부는 2차 시위를 차단하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안 업무를 총괄하는 저우융캉(周永康·주영강) 정법위원회 서기 겸 정치국 상무위원 주재로 25일에는 대규모 대책회의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베이징 시 정부도 25일 비상사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베이징일보가 26일 보도했다.

 한편 원자바오(溫家寶·온가보) 총리는 이날 오전 신화통신 사이트를 통해 ‘네티즌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원 총리는 “물가가 계속 오르도록 결코 방치하지 않겠다”며 “정부 정책은 민생 안정에 역점을 두겠다”고 약속했다. 베이징 현지 소식통은 “민의 수렴을 이유로 원 총리가 네티즌과의 대화를 한 전례는 있지만 2차 민주화 시위가 예고된 날 오전에 대화를 한 것은 민심을 무마하기 위한 일종의 선전 공세”라고 말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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