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가계부채 주의보’ 라도 내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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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큰 문제 중 하나가 가계부채다. 빚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이자도 증가일로다. 지난해 전국 가구(1인 가구도 포함)의 월평균 이자 비용은 6만5728원으로 전년보다 16.3% 증가했다. 통계청은 2006년부터 이 통계를 작성하고 있는데, 이자부담액은 매년 늘고 있다.

 이자 부담은 역시 저소득층일수록 버거운 것으로 확인됐다. 2인 이상 가구만 봤을 때 이자비용 증가율(전년비)은 소득이 하위 20%인 집이 28.1%로 가장 높았다. 빈익빈(貧益貧) 현상이 굳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이 통계는 주택대출금과 자녀 학비 등 가계운용자금만을 대상으로 했다. 장사나 사업을 위해 빌린 돈은 포함하지 않은 것이다. 이것까지 감안하면 가계의 대출과 이자 비용은 훨씬 늘어날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집계한 지난해 말 현재 가계신용은 8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대출금리를 5%만 잡아도 연간 이자부담은 40조원에 달한다. 물론 가계의 예금도 있다. 지난해 약 50조원 증가해 414조원을 넘었다. 하지만 예금금리가 떨어지면서 이자 수입은 감소했다. 예금이자는 줄고 대출이자는 느니 생활이 쪼들리는 건 당연하다. 빚이 늘어나도 상환능력만 있으면 괜찮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7년 136%, 2008년 139%에 이어 2009년 143%로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대폭 낮췄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해 8월 부동산거래 활성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총부채상환비율(DTI)을 해제했다. 이후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마저 오르자 정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5% 성장과 서민경제의 주름살을 우려해 우물쭈물하고 있다. 늘어난 가계 빚이 경제정책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이자를 못 내서 개인 파산이 늘어나면 더 큰 사회문제가 된다. 정부는 이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신용회복위원회 등과 머리를 맞대고 만반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