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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여간첩과 한국 대위가 나눈 57년 전 첫 키스

중앙일보

입력

북한 여간첩이 한국 대위과 사랑에 빠지고 키스를 나눈다는 내용의 영화 ‘운명의 손’. 이 작품은 한형모(1917~1999년) 감독의 1954년작이다. 여간첩을 소재로 한 영화들의 원형으로 평가받는 작품으로 영화 ‘쉬리’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이를 한국영상자료원이 3월부터 개최하는 VOD 기획전 ‘한국영화 기네스 열전’을 통해 볼 수 있다.

영화 내용은 이렇다. 정애(윤인자)는 북한의 간첩이다. 신분을 속이고 한국에서 스파이 활동을 한다. 어느날, 술집에서 일하는 정애는 간첩을 수사하다 그들에게 납치돼 구타를 당하는 영철(이향)을 보게 된다. 방첩단 대위였던 영철은 자신을 고학생이라고 속였고 정애는 그를 집으로 데려가 정성껏 치료한다. 그 뒤 이들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정애는 곧 영철이 방첩단 대위임을 알고 충격에 빠진다.

정애와 영철은 조국을 위해 서로 등질 수 밖에 없는 사이인 것이다. 이를 안 간첩단 단장(주선태)은 정애를 이용해 영철을 제거하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영철도 정애의 신분을 알게 된다. 정애는 영철을 죽일 기회가 있었지만 차마 총을 쏘지 못한다. 우여곡절 끝에 정애는 간첩단 단장에게 영철을 끌고 갔지만 결국엔 자신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당시 이 작품은 반공영화였다. 그러나 한국영화 최초로 키스신을 담아 관객들 사이에선 멜로영화로 통하기도 했다. 이 키스신은 여주인공이 담뱃갑에 있는 셀룰로이드를 입술에 붙이고 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남편은 남자배우를 가만히 놔두지 않겠다고 협박했다고 한다. 영상자료원측은 “멜로와 스파이 반공물, 활극 등이 섞인 한국영화 최초의 퓨전 장르를 개척한 영화”라고 평했다.

영상자료원 인터넷 사이트(www.kmdb.or.kr/vod)에 접속하면 영화를 볼 수 있다.

온라인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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