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업 = 카다피 사업” … 일가 재산 수십조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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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제사회가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에게 경제적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25일 “재무부가 카다피의 영국 내 재산에 대해 동결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관리는 이 신문에서 “리비아 내에 체류 중인 영국인들을 우선 탈출시킨 뒤 카다피의 재산을 동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카다피는 영국에 수십억 달러가 든 예금 계좌와 1000만 파운드(약 182억원) 상당의 부동산 등을 보유하고 있다. 또 리비아 정부는 200억 파운드(약 36조4000억원) 상당의 해외 자산을 가지고 있으며, 이 중 상당 부분이 영국 런던에 투자돼 있다. 스위스 정부도 24일 성명을 통해 “연방 각료회의를 통해 카다피와 그 측근들이 스위스 내에 보유한 모든 자산을 확인 가능한 범위 내에서 모두 동결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스위스는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전 튀니지 대통령과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의 자산도 동결시켰으나 이들은 권좌에서 쫓겨난 뒤였다. 카다피와 9명의 자녀는 수십조원의 재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신들은 이들이 유럽과 아랍권은 물론 동남아시아의 은행에도 비밀계좌를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외의 부동산과 기업에는 공개적으로 투자를 해왔다. 카다피 일가는 이탈리아의 정유회사·통신사·프로 축구단 등에 지분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이탈리아 라퀼라 지역에 생수 공장과 호텔을 설립하기 위해 1억6000만 유로(약 24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를 소유한 피어슨 그룹의 지분도 3%를 보유하고 있다.

 폭로 전문 인터넷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2006년 미국 국무부 외교전문에 따르면 카다피 일가는 리비아 경제를 장악하고 있다. 장남 무함마드는 우편·통신·인터넷 사업을 관장하고 있고, 차남 사이프 알이슬람은 ‘원·나인 그룹’의 소유주로 석유사업을 맡고 있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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