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100명 보냈던 명문고 요즘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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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올해(2011학년도) 서울대 입시에서는 일반고에 속한 전통 명문고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대신 특수목적고나 서울 강남 지역 고교, 자율형 사립고(자율고)로 전환한 사립고들이 두각을 나타내 ‘명문고 지도’가 크게 바뀌었다.

 중앙일보가 서울대 고교별 합격생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통의 명문고로 꼽혔던 경남고·마산고·부산고·순천고는 올해 서울대 합격생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부산 구도심 지역(동구)에 위치한 부산고는 1970년대까지 매년 100여 명씩 서울대에 합격시켰다. 그러나 최근 5년에는 매년 서울대 합격생을 한두 명 내는 데 그쳤다. 반면 교육여건이 좋은 동부산 지역에 위치한 특목고와 대연고·동래고·해운대고(6명)는 선전했다. 순천고는 2005학년도 고1부터 평준화 지역으로 바뀐 이후 서울대 합격생 수가 점차 줄다가 올해는 배출하지 못했다.

 서울·대전·대구 등에서도 교육 여건이 좋은 신도심·중산층 거주 지역 일반고와 특목고가 전통 명문고를 눌렀다. 서울에선 사립 명문이었던 배재·중앙·휘문·양정·보성고 중에서 휘문·보성고를 제외한 학교들은 서울대 합격생 수가 점차 줄었다. 중앙고는 2007학년도에 4명이었지만 올해는 1명이었다. 공립 명문고인 경기·경복·서울·용산·경동고의 올해 합격생을 다 합쳐도 33명에 불과해 대원외고 출신 합격생(70명)보다 적었다.

 대전에선 대전과학고와 같은 유성구에 있는 유성고(7명)·대덕고(6명)가 충남고(5명)·대전고(4명)를 앞섰다. 외국어고가 없는 광주에선 인성고(10명), 고려고(8명)가 명문고로 자리를 굳혔다.

 일반고의 쇠락은 최근 5년간 합격생 배출 상위 30개 고교 현황에서도 확인됐다. 2007학년도에는 상위 30개 교 가운데 일반고가 17곳이나 됐지만 2011년에는 6곳으로 줄었다. 5년 전 상위 30위에 이름을 올렸지만 이들 일반고의 합격자 수는 해마다 줄었다. 18명(11위)의 합격자를 배출했던 서울고는 2011년 9명(56위)으로 반 토막 났다. 평준화 지역인데도 매년 다수의 합격자를 냈던 충북 세광고는 2007년 14명(22위)에서 올해 5명(113위)으로 급감했다.

 이 같은 일반고의 약세는 특목고와 자율고 등 신흥 명문고로 우수 학생이 쏠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5년 만에 서울대 합격생이 10명에서 1명으로 줄어든 서울 D고 교감은 “자사고와 특목고가 너무 많아져 좋은 학생들이 일반고로 오지 않는다”며 “특목고생에게 유리한 수시 특기자 전형이나 정시 일반전형을 빼면 일반고에서 서울대 보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일반고 중에서도 공립고의 하향 추세는 심각하다. 서울 개포고는 서울대 합격생이 2007년 10명에서 2011년 6명으로 줄었다. 지방은 더 심각해 강릉고는 2007년 10명에서 지난해와 올해 각각 3명으로 격감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공립을 포함한 일반고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홍익대 이윤미 교수(교육학과)는 “특목고나 자율고는 교육 과정의 자율권이 많지만 일반고는 그렇지 못하다”며 “특성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가 특목고생에게 유리한 입시전형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조효완 전국진학지도협의회 공동대표(은광여고 교사)는 “내신 성적 비중을 줄이고 수능이나 ‘스펙’을 강조하면 일반고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수련·윤석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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