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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장 공략 나선 누드 컴퓨터

중앙일보

입력

오랫동안 썩은 사과로 치부되었던 미국의 애플 컴퓨터가 아이맥(iMac)이라는 투명하고 깜찍한 디자인의 PC로 재기에 성공한 지 1년이 지났다. 애플사는 미국과 다른 세계 시장 공략에 이어 지난주 애플 컴퓨터 코리아를 앞세워 세 가지 참신한 PC 모델을 가지고 한국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아이북(iBook)이라는 투명한 노트북 컴퓨터, 디지털 영상작업을 도와주는 아이맥 DV(digital video), 그리고 슈퍼 컴퓨터급 성능의 파워맥 G4가 그것이다. 세 가지 모델 모두가 애플이 자랑하는 탁월한 디자인과 뛰어난 그래픽 기능을 갖추고 있다. 애플은 한 귀퉁이를 베어 먹은 모습의 사과를 상표로 내세워 매킨토시 컴퓨터를 생산해 왔다.

애플의 야심적 한국 시장 공략 작전에서 일단 부닥치는 문제는 지난 10여 년간 쇠잔해진 매킨토시 컴퓨터의 한국 시장에서의 명성이다. 초라한 소프트웨어와 불충분한 애프터서비스 때문에 맥 PC로 불리는 매킨토시 PC는 한국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되어 왔다.

반면 IBM 호환 기종의 일반 PC는 풍부한 소프트웨어와 호환성 등으로 한국 시장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해 왔다. 미국 및 여타 영어권 시장에서는 맥 PC가 일반 PC와 어느 정도 호환이 가능했지만 한글의 환경에서는 이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결국 애플의 재기 신화가 한국에서도 성공하려면 맥 PC 자체의 경쟁력도 높아야 할 뿐 아니라 주변 환경까지 개선되어야 한다.

이런 환경 개선을 위해 애플 컴퓨터 코리아는 의욕적인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먼저 그간 애플의 한국 대리점 역할을 했던 ‘엘렉스’(Elex) 컴퓨터에의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적으로 애플 센터를 내년 상반기까지 전국에 걸쳐 15군데 설치하는 것이다.

또한 현재 1백여 개에 달하는 대리점 수를 30∼40개로 줄이고 대신 이들에 대한 기술적 지원을 강화해 거의 독점적 전문 딜러로 양성할 계획이다.

이러한 유통구조 개선은 곧바로 가격 인하로 이어져 다음 달 출시 예정인 아이맥의 경우 기존 제품에 비해 20% 정도 싸게 판매될 예정이다. 3백MHz 파워 PC G3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아이북은 2백36만 원으로 동급 제품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파워맥 G4도 3백50MHz 제품이 2백60만 원에 책정되었다. 오렌지 및 블루베리색의 투명한 아이북은 소비자 조사 결과 한국 여대생들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노트북’으로 선정되었다고 애플 컴퓨터 코리아의 김석기 사장은 주장했다.

한국 밖의 환경도 최근에는 많이 개선되고 있다. 얼마 전 미국 연방법원에 의해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社 윈도 컴퓨터 운영체제가 독점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경쟁 체제인 리눅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이는 마이크로소프트로 하여금 애플 등 非윈도 계열 PC사와 협조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와 관련, 김석기 사장은 한국에서도 윈도 체제의 프로그램들이 애플 컴퓨터에서 보다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마이크로소프트의 ‘계속적인 협조를 구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애플 컴퓨터는 오랜 기간 독점적인 운영체제를 고집하다가 전략을 바꿔 지난 봄에는 자사 제품의 주요 비밀 소스코드를 공개했다.

그 결과 지난 몇 개월 간 수백만 명이 맥의 운영체제를 다운로드했고 수만 명이 이 프로그램의 개발자로 등록했다. 컴퓨터 전문지인 ‘맥마당’의 이승헌 기자는 애플의 이러한 ‘고립 탈피 노력’이 한국에서 얼마나 성과를 거두느냐가 향후 한국 시장 공략의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에서 애플의 이러한 노력은 최근 크게 성공을 거두었다. 지난 1970년 세계 최초의 PC를 개발, 애플 II로 PC 혁명을 주도했던 애플은 자신의 성공에 도취해 이후 기술 독점을 고집했고 이러한 거만한 영업 방식은 결국 자멸을 불러일으켰다.

96년에는 무려 14억 달러, 97년에는 1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해 ‘썩은 사과’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원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97년 임시 최고경영자로 컴백한 이래 상황은 급변했다. 그는 기술 공개는 물론 이제까지 PC에서 가장 중요시되던 성능보다 디자인에 치중했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속이 투명하게 보이고 각종 원색으로 치장된 ‘누드 컴퓨터’ 아이맥을 개발해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98년 초 미국내 5% 이내이던 애플의 시장 점유율은 20%로 올랐고 올 3·4분기까지 5억 달러가 넘는 기록적인 순이익을 올렸다. 애플의 주가 역시 2년 전에 비해 5배가 넘게 폭등했다. 얼마 전 잡스 회장은 PC 디자인 혁신에 기여한 공로로 기술 전문지인 ‘업사이드 투데이’에 의해 올해 최고의 정보 기술(Information Technology) 경영인으로 선정되었다.

아이맥의 선풍적 인기에 편승해 이와 비슷한 제품들이 많이 나왔는데 그중 두 모델은 애플에 의해 불법 모방 혐의로 제소됐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두 모델 모두가 한국 회사와 관련이 있다. 한 제품은 대우의 미국내 유통 회사인 퓨처 컴퓨터가 만들었고 또다른 모델은 삼보 컴퓨터 등이 출자한 미국 회사인 이머신스가 만들었다.

그러나 한국 시장내에서 아이맥의 판매는 저조한 상황으로 시장 점유율이 5%가 채 안 된다. 무엇보다 고객층이 그래픽을 다루는 전문가들로 제한되어 있다. 사실 맥 PC의 데스크톱 퍼블리싱 프로그램은 우수하지만 그 밖의 프로그램은 빈약하다는 인식이 있다. 일반 PC 사용자들에게는 가격도 비쌌고 소프트웨어 지원이 약했던 것도 문제였다.

그렇기 때문에 애플 코리아로서는 고객층을 그래픽 전문가에서 일반 PC 사용자로 넓히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강구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강남의 한 테크노 바에서 젊은 학생과 직장인들이 가득한 가운데 신나는 음악과 현란한 조명을 섞어 가며 신제품 발표회를 가졌다. 역시 애플다운 파격적인 마케팅 기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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