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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호텔 측 “석연찮은 부분 그럴만한 사정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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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6일 사건이 발생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19층은 디럭스룸 객실이다. 스위트룸과 달리 카드키를 대지 않아도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를 수 있다. 이 때문에 외부인도 얼마든지 엘리베이터를 통해 객실에 접근할 수 있다. 호텔 측은 “보통 국빈급이나 해외 특사단의 경호·보안은 해당국에서 자체 인력을 데려와 직접 하거나 경찰 쪽에 협조 요청을 한다”며 “경호나 보안 문제에 있어선 호텔이 개입하거나 지원할 여지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 발표대로라면 노트북 반환 과정과 롯데호텔 종업원의 행동에는 석연찮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경찰 설명은 호텔 종업원이 인도네시아 특사단의 항의를 받고 침입자를 찾아 노트북을 돌려받았지만 정작 침입자를 붙잡거나 조사하지 않고 그냥 보내 줬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투숙객의 신변 안전과 보안을 중시하는 특급호텔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게 호텔업계의 설명이다.

 그러나 롯데호텔 측은 이 같은 상황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호텔 관계자는 “호텔 종업원은 절대로 절도나 절취에 협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석연찮은 부분은 그럴 만한 사정이 있는 것”이라 고 덧붙였다. 롯데호텔은 2008년 2월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유숩 칼라 당시 부통령이 묵는 등 인도네시아 VIP들이 선호해 온 숙박시설이다. 호텔 측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VIP 고객들의 발길이 끊길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호텔 관계자는 “각국 대사관에 기피 호텔로 찍힐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호텔업계에선 미국 고위 관계자들이 방한 시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만 고집하는 것은 하얏트가 외국계 호텔이어서 정보 당국에 ‘협조(?)’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얘기까지 돌고 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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