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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 아닌 연습경기, 프로야구 한·일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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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국 프로야구팀과 맞붙을 일본 프로야구팀의 한국 출신 선수들. 왼쪽부터 이승엽, 임창용, 김태균. [중앙포토 ]


일본 열도 끝자락이 ‘야구 한·일전’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미야자키와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 중인 양국 프로팀들끼리 하루가 멀다 하고 연습경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삼성과 니혼햄의 경기를 시작으로 캠프가 막을 내리는 이달 말까지 총 20여 경기가 잡혀 있다. 18일 현재 한국 팀이 4승1무로 일본 팀을 압도하고 있다. 연습경기지만 한·일전이라는 타이틀이 걸려 있어 열기는 국가대표 경기 못지않다.

 향후 일본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한국 선수들에게는 일본 야구 관계자들에게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한국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최근 대규모 스카우트를 파견하고 있는 일본 구단들로서도 유용한 정보 수집의 장이다. 일본야구기구(NPB)는 오키나와에서 열리는 한·일 연습경기에 리그 명칭을 붙이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몇 년 전까지 한국 팀들과의 연습경기에 2군팀조차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뻣뻣하던 일본 측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적자 누적에 허덕이는 일본 프로야구의 활로 모색과 관련 있다. NPB는 최근 몇 년간 만성적인 대규모 적자에 시달려 온 것으로 알려졌다.

 자국 리그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야구는 최근 급격히 위상이 올라갔다. 국제무대에서 일본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자 한국과 교류전을 활성화하려는 것이다. NPB가 최근 “매년 시즌 후 한국 대표팀과 교류전을 갖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오릭스가 한국 최고 스타인 박찬호와 이승엽을 동시에 영입한 것 역시 한국 시장으로 진출하려는 전략의 하나다.

 연 관중 6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인기가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는 한국 프로야구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상일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은 “국제 교류 경기는 많을수록 좋다. 일본이 국가대표팀 간 친선경기를 공식적으로 요청한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이상 향후 양국의 프로야구 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닛칸스포츠 등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NPB는 A매치뿐만 아니라 2군 올스타, 유망주 대항전 등 다양한 형태의 국가대표 경기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노력들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궁극적으로는 양국 리그의 통합으로 발전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은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문화적으로 가깝다. 제도적으로 넘어야 할 벽은 많지만 머리를 맞대면 한·일 리그 통합이 불가능한 꿈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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