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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벌 2만원’ 내리사랑 담긴 교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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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17일 오전 서울 동작구청에서 열린 ‘중고생 교복 내리사랑 나눔장터’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이 옷걸이에 걸려 있는 교복을 고르고 있다. [뉴시스]


“교복 사러 왔어요.”

 16일 오전 9시55분 경기도 과천시민회관 2층 녹색가게 앞 로비엔 40~50대 주부와 학생 300여 명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오전 10시에 문을 여는 ‘교복 물려주기 행사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다. 행사가 시작되자 학부모와 학생들은 옷걸이에 걸린 교복을 만져보고 눈으로 치수를 가늠해봤다. 맞는 교복을 찾아 계산을 하는 주부들은 한결같이 흡족한 표정이었다. ‘상의 7000원’ ‘치마·바지 5000원’ ‘와이셔츠 4000원’ 등 시중에 판매되는 교복값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이기 때문이다.

 주부 배순하(45)씨는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위해 교복을 한 벌 더 사려고 왔다”며 “물가가 올라 장보기도 겁나는데 꼭 비싼 교복을 살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이 교복들은 과천 녹색가게가 이달 초부터 과천 시민들에게서 모은 것이다. 상태가 좋은 것만 골라 정성껏 세탁하고 곱게 다림질해 판매대에 내놨다. 전체 1580점 중 664점이 행사 첫날인 16일 판매됐다. 이 행사는 이달 말까지 계속된다. 판매 대금의 90%는 교복을 내놓은 원래 주인에게 돌아가고 나머지 10%는 불우이웃돕기 기금으로 사용된다. 과천 녹색가게 송미연(29) 간사는 “새벽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도 생길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청은 구청 앞 지하보도에 상설매장인 ‘헌책·교복은행’을 8년째 운영하고 있다. 판매 가격은 종류에 관계 없이 1점당 1000원이다. 졸업·입학 시즌마다 교복을 기증받아 수급을 맞춘다. 입지 않는 교복이 있을 때 구청에 연락하면 직접 방문해 교복을 받아간다. 송파구청 클린도시과 이주연 주임은 “중고 교복은 보통 ‘두 번째 교복’으로 입는다”며 “수요가 꾸준해 상설매장을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교복 수요자들의 편의를 고려해 학교별로 매장을 여는 경우도 있다. 서울 중구청은 21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관내 18개 중·고등학교에 교복 물려 입기 매장을 설치한다. 양천구는 18~19일 신정4동 녹색가게 2호점에서, 성북구는 23~24일 구청 지하 1층의 다목적홀, 구로구는 22일 구청 강당에서 각각 교복 물려주기 장터를 운영한다.

 경기도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용인시는 18일 구청별로 ‘교복 물려주기 나눔장터의 날’ 행사를 한다. 처인구는 실내체육관 1층 로비, 기흥구는 기흥구청 지하 1층 다목적실, 수지구는 여성회관 1층 로비에서 장터를 연다. 작은 교복을 가져오면 큰 것으로 교환도 해 줄 예정이다. 평택(18~19일)과 안양(23일), 부천(21~25일)도 중고 교복을 살 수 있는 행사를 개최한다.

양원보·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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