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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중국의 모바일 추격도 대처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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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박혜민
경제부문 기자

올해 세계 최대 이동통신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못지않게 인파를 불러들인 곳이 있다. 중국 휴대전화 제조업체 ‘ZTE’다. 관람객들은 삼성전자 부스 바로 옆에 위치한 ZTE를 빼놓고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ZTE 부스를 돌아본 기자는 깜짝 놀랐다. 삼성이 그토록 자랑하는 10인치 허니콤(안드로이드 3.0) 태블릿PC가 ‘V11’이라는 이름으로 전시돼 있었다. 7인치 태블릿PC는 V9+, v9, Z-패드 3종이나 됐다. 클라우드 컴퓨팅처럼 요즘 뜨고 있는 신기술들이 빠짐없이 전시돼 있었다.

 ZTE 태블릿PC들의 외양은 갤럭시탭7과 유사했다. 가볍고 세련된 갤럭시탭10.1이나 유려한 디자인의 아이패드를 뛰어넘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비슷한 정도는 됐다. 전시장에서 만난 국내 정보통신(IT)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의 속도가 상상을 초월한다”고 입을 모았다. 노키아의 스티븐 엘롭 최고경영자(CEO)가 “우리가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지작거릴 때 중국 업체들은 제품을 만들어 낸다”고 토로했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노키아가 저렴한 가격의 휴대전화로 높은 판매고를 올려온 신흥시장을 중국 제조업체들이 빠른 속도로 잠식하고 있다. 지난해 ZTE는 애플을 밀어내고 세계 휴대전화 판매량 4위에 올라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생산량은 전년보다 94% 늘었다. 이로써 세계 휴대전화(스마트폰 포함) 시장점유율은 노키아·삼성전자·LG전자·ZTE·애플 순이 됐다. 삼성과 LG를 ZTE가 뒤쫓고 있는 구도다.

 문제는 ZTE가 고가시장까지 추격해 올 기세라는 점이다. 구글은 ZTE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독자적인 OS 개발 능력이 없어도 구글이 만들어 놓은 개방형 OS 안드로이드를 공짜로 가져다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MWC는 ‘모바일 워 인 클라우드(Mobile War in Cloud)’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세계 이동통신업계가 일대 전쟁에 돌입했다는 의미다. 구글 에릭 슈미트 CEO는 “앞으로 10년은 모바일 세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0년 전쟁이 이제 막 시작됐다. 이 전쟁의 승자가 누가 될지 궁금하다. 내년 MWC에 중국 업체들이 얼마나 향상된 제품들을 내놓을지도. <바르셀로나에서>

박혜민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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