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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레이트] 국민적 영웅 선동렬의 은퇴

중앙일보

입력

한국 야구사상 최고의 투수이며 '무등산 폭격기', '나고야의 태양' 선동렬이 드디어 은퇴를 선언하였다. 그가 평소때 누누히 말해온 것처럼 정상의 위치에 있을 때 명예롭게 선수생활을 마감한 것이다.

여전히 150㎞/h 의 강속구를 던질 수 있고 구위 또한 수준급이라 내년에도 주니치 드래곤즈의 기둥투수로 명성을 떨치리라 기대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크나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더욱이 1년만 마운드에 올라도 20억 원 가량의 거액을 벌 수 있는 그의 은퇴선언은 평범한 사람에게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러나 돈보다는 명예를 중요시했던 선동렬에게는 이러한 은퇴선언이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그렇다면 선동렬이 은퇴선언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선동렬에 대한 주니치 드래곤즈의 섭섭한 태도이다. 올 시즌 중반부터 드래곤즈는 선동렬에 대해 좋지 못한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물론 6월 3연속 구원실패에 빠져 불안한 모습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그는 정상급 투수였다. 그러나 드래곤즈는 중간계투 기용설. 이상훈과 더블 마무리설 등을 퍼뜨려 선동렬의 맘을 상하게 만들었다.

시즌이 끝난 뒤에는 아예 해태 타이거스의 재임대료 혹은 트레이드금의 요구를 빌미로 재계약이 힘들다는 말을 공공연히 해왔고 또한 내년 시즌 드래곤즈의 유니폼을 입는다손 치더라도 중간계투로 국한시킨다는 선동렬로서는 치욕에 가까운 말들을 서슴없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흘렀다. 정확하게 말하면 드래곤스로서는 선동렬에 대한 미련이 없었다고 할 수 있다.

둘째는 전 소속인 해태 타이거스의 후안무치한 태도였다. 드래곤즈에서는 이미 전력 외 선수로 분류하였던 선동렬을 이용하여 재임대료 혹은 트레이드금을 얻어 한몫 챙기려는 잘못된 생각으로 선동렬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우려먹을대로 먹은 타이거스로서는 선동렬에 대한 배려는 추호도 없었다. 돈으로 인해 자신의 이미지가 상처받는 모습을 선동렬로는 묵인할 수 없었던 것이다.

셋째는 역시 자신의 투구에 대한 자신감 결여다. 올시즌 선동렬은 마무리로서 불안한 모습을 많이 보였다. 굳이 3연속 구원실패를 예를 들지 않더라도 구위가 예전보다는 확연히 떨어지고 있었다. 선동렬이 시즌 중반 호시노감독에게 은퇴하겠다는 의사를 비출 만큼 자신의 피칭에 자신감이 떨어지고 있었다. 선수 생활 연장에 연연해 내년에도 던질 수는 있으나 성적이 생각만큼 좋지 않다면 정상에서 있을 때 물러나겠다는 그의 약속을 스스로 깨뜨린다는 생각으로 은퇴를 결심하였다.

욕심 같아서는 구원왕을 차지하고 소속팀인 주니치 드래곤즈를 재팬시리즈에서 우승시키고 난 뒤 은퇴를 하였으면 좋았을 것이나 사정이 허락하지 않아 그를 아끼는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드래곤스와 타이거스의 치졸한 행동 하나 하나가 국민의 영웅의 은퇴에 조금이라도 흠을 내는 것 같아 씁쓰레한 것이다.

그러나 선동렬은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우리 국민들 마음에 영원히 최고로 길이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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