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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우 성균관대 교수 “과학도시 핵심은 중이온가속기 … 자리 못잡아 경쟁국에 자꾸 밀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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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대한민국 건국 이래 초유의 과학 국책사업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도시) 사업이 입지 논란에 휩싸여 있다.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달아오르고 정치권도 다음 선거를 의식해 싸움에 가세하고 있다. 과학적 논리와 필요성은 뒷전에 밀리는 양상이다. 과학도시 논란을 과학자에게 묻기 위해 과학도시의 핵심인 중이온 가속기 전문가인 성균관대 홍승우(51·물리학·사진) 교수를 만났다. 홍 교수는 인터뷰 도중 몇 번이나 “중이온가속기 경쟁국보다 앞서기 위해서는 빨리 입지를 정하고 건설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2010년 3월부터 지난달까지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개념설계의 총괄책임을 맡았다.

-이번에 설계한 중이온가속기는 어떤 것인가.

 “‘희귀 동위원소 가속용 중이온가속기’다. 다른 나라 중이온가속기와 비교해 희귀 동위원소 빔의 가속 에너지가 세계 최고다. 희귀 동위원소를 발생시키는 방식이 두 가지 있는데, 이 두 방식 외에 둘을 결합시켜 독창적으로 설계했다. 결국 세 가지 방식이 가능한 것인데 이런 방식은 우리가 세계 최초다.”

-한국형 중이온가속기의 경쟁 상대는.

 “미국과 프랑스다. 프랑스는 설계를 끝내고 제작에 들어갔고 미국도 입지를 정했다. 우리가 이들보다 하루라도 빨리 만들어야 먼저 새로운 연구와 발견을 할 수 있다. 입지를 빨리 결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지금 지자체들이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구체적 입지제공 플랜을 제시해야지 유치시켜 달라고만 해서는 안 된다. 땅을 수용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지질조사다 문화재조사다 하다 보면 아까운 시간 다 흘려보낼까 걱정이다.”

-중이온가속기로 어떤 연구 성과가 나올 수 있나.

 “점 하나에서 빅뱅이 일어나 우주가 생겼는데 3분 후 어떤 일이 생겼는지, 원소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연구할 수 있다. 우주의 근본원리를 연구하기 위한 시설이다. 또한 생명과학 연구와 암치료 연구를 할 수 있고, 화석 연료를 대체할 새로운 원자력에너지 기술 개발도 기대할 수 있다.”

-가속기에서 나오는 빔이 중요하다고 들었다.

 “최근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완공한 강입자가속기도 시운전 과정에서 사고가 나면서 1년간 수리를 했다. 설계 과정에서 시뮬레이션도 하고 시제품도 만들어 제작하지만 가전제품 만드는 것과 다르기 때문에 설계한 대로 빔이 나오게 하는 것은 최첨단 기술을 요구한다. 통상 가속기 제작이 끝나고 나서 원하는 빔의 세기와 에너지가 나오려면 최소 1~2년은 미세조정을 거쳐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빨리 입지를 정해 첫 삽을 뜨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경덕 지식과학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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